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69·역사학)
인터뷰/브루스 커밍스 교수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 실패
미-중 원만한 관계 한반도에 도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 실패
미-중 원만한 관계 한반도에 도움
한반도 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69·역사학)는 고령임에도 최근의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커밍스 교수는 15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취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의 빈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효성이 없는 제재보다는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의 성공적인 미사일 발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빈곤을 보여준다. 오바마의 취임 이후 북한은 강력한 플루토늄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고, 3개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마침내 세번째 것은 위성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달리 말하면, 북한은 원자탄과 장거리 미사일을 완성시키는 작업을 점점 더 진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 내에 ‘권력 투쟁’이 있고, 이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이제 ‘전략적 인내’는 전혀 전략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권력이 김정일로부터 김정은으로 이양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미국은 기다리고 기다림으로써 북한이 강력한 미사일 운반능력을 가진 핵무기 국가가 되는데 점점 가까워지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게 올바른 대응인가?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제재를 더 할 것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세계 역사상 제재를 가장 많이 받는 정권이다. 1950년대 이래로 이 제재들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해왔다. 한국전쟁 이래로 북한과의 대화에서 유일하게 진전을 본 것은 1994년이었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하기로 결정했고 8년간 영변 시설을 동결시켰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과 많은 중요한 이슈들을 협상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페리 프로세스’가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란과는 다르게, 북한과의 대화에선 성공의 기록들이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로켓 발사 전에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이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정도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2006년 9월을 되돌아보면, 중국이 그해 7월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과는 무엇이었나? 그해 10월 북한은 첫 핵실험을 했다. 30년도 전에 덩샤오핑은 지미 카터에게 북한을 궁지에 빠뜨리려고 시도해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게 현명한 조언이다.”
-한국 대선이 19일 치러진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모두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두 후보의 대북 정책을 비교, 평가해달라.
“문재인 후보는 매우 진지하게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시킬 것으로 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사망선고를 내린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들어진 중요한 합의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 대통령의 강경 정책이 결과가 나빴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는 아마도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박 후보의 보수적 지지층들은 아마도 박 후보를 제지할 것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는가?
“첫번째 질문에서 대답했듯이, 나는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적극적 외교와 관여 전략을 펴기를 희망한다.”
-최근 미얀마를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미얀마와 같은 개혁을 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미얀마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미얀마 방식으로 독재를 풀기 시작한다면 좋을 것이다.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상황 전개에 똑같이 잘 대응하리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미국이 미얀마 및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면 이는 중국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미얀마에는 경제적으로 훨씬 나은 ‘남 미얀마’가 없고, 동족상잔의 전쟁도 없었다. 한국전쟁이 마침내 종결되고 평화협정이 서명될 때까지 북한은 국민들에 대한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정책을 천명하고, 2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더 강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것이 앞으로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것은 매우 크고 복잡한 질문이다. 나는 지난해 봄 <퍼시픽 스탠더드>라는 잡지에 이에 대해 쓴 바 있다. 독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을 얻고자 한다면 이걸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심축’은 주로 중국에 대한 것이지만, 이것은 또한 한·미, 미·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기도 하다. 한·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사이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내 생각엔 부시가 이런 관계 악화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미·일 관계에서도 일본이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변화를 원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새로운 정책에 매우 만족했고, 우리는 이 대통령과 오바마가 얼마나 서로 좋아하는지에 대해 말이 안되는 것들을 듣기 시작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냉전이 20년 전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냉전 시기 동아시아에서 가졌던 지위의 강화다. ‘중심축’은 미국이 군대를 두개의 전쟁(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으로부터 미국으로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에 수만명의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화를 항상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인 것 같다.”
-미·중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그리고 이것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매우 약한 권력이다. 장거리 공군기를 갖고 있지 않고, 대양해군의 초기 단계일 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구식이다. 그래서 태평양이나 다른 어떤 곳에서도 미국의 군사력과 비교할 수 없다. 중국의 이전 지도자들(특히 덩샤오핑과 장쩌민)은 현명하게도 경제 개발에 주력하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서려고 하지 말자고 했다. 그것이 지금 변화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이 미국의 글로벌 파워에 맞먹기 시작하는 데는 여전히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더욱이 미국에는 중국과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미·중 간에 위기가 생기기 않도록 민주·공화 양당에 초당적으로 압력을 행사는 거대한 기업 연합이 존재한다. 이들은 1979년 이래 중국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왔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과거처럼 힘든 시기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경향은 원만한 미·중 관계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것은 남북한에 이득이 될 것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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