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에도 ‘차베스의 힘’ 사회당 선거 압승 이끌어

‘차베스 동정론’ 앞세워 유세전
주지사 선거 23곳 중 20곳 차지

병석에 누워서도 그의 존재는 베네수엘라를 움직였다. 16일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속한 사회당이 23개 주 중 20개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차베스 대통령이 쿠바에서 네번째 암수술을 받은 지 엿새 만에 실시된 이번 선거는 1999년 집권 이래 사회당이 차베스 없이 치른 첫 선거다.

외신들은 차베스에 대한 동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당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7일 정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민들은 차베스 재임기간에 얻은 각종 사회복지 혜택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회당에 투표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사회당은 차베스의 공석을 충분히 활용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투표일에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아직 투표소에 가지 않은 유권자들을 향해 “우리의 지도자, 차베스를 실망시키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한쪽에선 이번 선거 결과는 차베스가 없더라도 그가 표방해온 ‘21세기식 사회주의’가 밑바닥에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어도 지방정부 단위에선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는 차베스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차베스로부터 공식 후계자로 확인받은 마두로 부통령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30일 안에 대선을 치르도록 돼 있다. 차베스는 내년 1월10일 네번째 임기를 시작하기로 돼 있지만 그가 암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버스기사 출신의 노동운동가였던 마두로는 1994년 변호사인 아내와 함께 쿠데타 실패로 감옥에 갇힌 차베스의 석방을 도왔으며 이후 국회의장, 외무장관을 거쳐 두달 전 부통령에 임명됐다.

지난 10월 대선에서 야당 연합후보로 차베스와 맞붙었던 엔리케 카프릴레스도 고향인 미란다주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기존에 5개 주를 차지했던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2곳을 잃어 3곳에서만 이겼다. 카프릴레스는 당선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지금은 엄혹한 시기다. 하지만 이처럼 힘겨운 때마다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유주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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