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일(현지시각)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이 당면한 현실 때문에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타임은 박 당선인에 대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아버지의 그늘에서 보냈지만 이제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독자적인 진로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잡지는 외국인들이 보기에 코리아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것만 생각하지만, 실제 한국 내부는 그 차제로 분열이 돼 있다면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은 “박빙의 싸움으로 전개된 올해 대선 레이스는 한국이 미래뿐 아니라 과거를 놓고도 갈라져 있음을 보여줬다”며 “한국 현대사에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지도자의 딸로서 박근혜는 그 논쟁의 중심에 있다”고 진단했다.
타임은 또 박 당선인이 대선 경쟁자였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재벌 규제 등을 통해 경제를 개혁하겠다고 맹세했지만 앞으로 그런 시도는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그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차별 해소 노력도 박 당선인의 앞날에 놓인 또 다른 난관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첫 여성 대통령을 선출하긴 했어도 엄연히 한국은 남성이 지배하는 국가이며, 이런 기득권층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여성혁명’의 공약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어머니의 리더십’을 내세웠지만 앞으론 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하고 훌륭한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 당선인이 ‘박근혜 정부’의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어떻게 이를 실현해나갈지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임은 박 당선인은 “이제 수요일(19일 대선)부터 스스로 자기의 원고를 써내려가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과정은 ‘수첩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메시지 카드와 프롬프터 없이 진행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타임은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경제성장을 국가의 우선과제로 설정하고 미래 유망산업을 선정해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다“며 경제성장의 공로를 부각시켰다. 타임은 ”개발을 첫번째로 앞세워 국민들에게 ‘일하면서 싸우자’고 독려했다”며 “그런 중단 없는 근로의 윤리는 한국을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야망은 그로 하여금 권력의 고삐를 죄게 한 원인이 됐다”며 “반대파를 감옥에 넣고 고문을 하고 대통령직 유지를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도 고쳤다”며 유신체제의 과오도 소개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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