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에 헤이글 지명 등 외교안보팀 인선 마무리
대결·전쟁 대신 대화 선호…‘일방주의’ 탈피 가능성
대결·전쟁 대신 대화 선호…‘일방주의’ 탈피 가능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과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 보좌관을 각각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함으로써 사실상 외교안보팀 인선을 마무리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유대인 로비단체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헤이글 전 의원을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은 앞으로 외교안보 정책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발표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새로 지명된 ‘국무-존 케리, 국방-척 헤이글, 중앙정보국-존 브레넌’과 사실상 유임이 확정된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 등 5명으로 진용이 짜여졌다.
이번 인선은 4년 전 1기 오바마 행정부 때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 당시 워싱턴 주류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오바마는 연착륙을 위해 국무장관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임명하고, 국방장관에는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임명된 로버트 게이츠 장관을 유임시킨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인선에 대해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에서 새로운 방향을 추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대결과 전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일방주의보다는 국제주의를 중시하는 외교정책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4년 전 대선 후보 때는 상당히 유화적인 외교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 1기 집권기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확대, 무인전투기(드론) 공격 확대, 리비아 군사개입 등에서 보듯이 공약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는 둘 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외교 문제에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전쟁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헤이글의 경우, 공화당 출신이지만 이라크 전쟁과 이란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고, 핵무기 감축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준비와 국방예산 대폭 삭감 작업에 나서야 하는데 공화당의 반대를 무마하는 데 그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케리의 경우엔, 오바마의 1순위 국무장관 후보는 아니었으나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오바마와 철학이 맞는 인물이다. 여기에다 외교정책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합하면 오바마 행정부 내 요직에 대화파가 대거 늘어난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에 지명된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과 평화 문제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대화파의 득세는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1기 때와는 달리 강력한 제재보다는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다만, 나머지 기존 외교안보팀 멤버들은 대외정책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드론 전쟁 설계자인 브레넌을 케리·헤이글과 함께 지명한 것은 오바마가 1기 때 정책과 균형을 맞출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2기 외교안보팀 인선을 마침에 따라 외교정책에서 자신의 업적을 쌓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는 외교안보 정책의 목표를 1기 때 대테러 전쟁에 집중했던 데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안보·경제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과 핵 비확산 문제를 포함한 다른 과제들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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