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위원장 지명된 화이트 변호사
과거 월가 기업 변호…‘부적절’ 반응
오바마, 잭 루 등 월가 출신 적극 기용
미 언론 ‘피구세 도입’ 등 규제 제안
과거 월가 기업 변호…‘부적절’ 반응
오바마, 잭 루 등 월가 출신 적극 기용
미 언론 ‘피구세 도입’ 등 규제 제안
*회전문 인사 : <재계→공직→재계>
2009년 1월21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첫 일성으로 “재계 인사가 고위 공직자가 되고 공직자가 다시 재계의 로비스트가 되는 ‘회전문’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금융계를 대표하는 뉴욕의 월스트리트, 로비회사가 몰려있는 워싱턴의 케이스트리트와 손을 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꼭 4년 뒤인 2013년 1월24일,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계를 감시하는 중요 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데버보이즈 앤 플림프턴’의 메리 조 화이트 변호사를 지명했다. 백악관은 최근 10년 동안 화이트가 ‘월스트리트 변호사’로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일했던 이력은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1993~2002년 맨해튼지방검찰청에 첫 여성 검사로 임용돼 테러범들을 잡아들였던 수사능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화이트는 이미 2011년 3월 <롤링스톤즈>에 의해, 모건스탠리가 잘못된 투자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증권거래위원회 국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뉴요커>는 “오바마 정부는 화이트 지명으로써 회전문을 장려하는 행동을 반드시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오바마지만, 워싱턴 정치의 가장 큰 폐악 중 하나로 지탄받아온 회전문은 영 닫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은 화이트의 사례에서 보듯 월가 출신을 적극 기용해왔다. 10일 재무부장관에 지명된 잭 루 전 비서실장은 오바마와 합류하기 이전 시티그룹 자회사인 ‘시티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상무이사였다. 이 회사는 그야말로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투자를 관리하는 곳으로, 그는 시티그룹이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인 2009년에도 95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2010년 예산국장에서 물러난 피터 오재그는 이후 시티은행의 부회장으로 취임했고,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그 크레이그는 골드만 삭스로 갔다. 또 재무부의 긴급구제 팀장이었던 짐 밀스타인은 은행컨설턴트로 변신했고, 녹색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담당했던 캐시 조이는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녹색에너지기금에 취직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이제 공직에서 재계로 향하는 회전문은 더이상 ‘문’이 아니라 ‘레드 카펫’이 됐다”고 비꼬았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오바마정부에선 보조금, 긴급구제, 규제 등이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로비업계에선 이런 복잡한 내용을 잘 아는 내부자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회전문을 근절하겠다는 오바마의 의지가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회전문에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28일 공직에 있다가 민간 기업으로 가서 높은 연봉을 받을 경우 그 차액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50~75%의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피구세’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피구세는 복지와 분배를 강조한 후생경제학의 시조인 아서 피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가령 백악관에서 일하며 20만달러를 받다가 투자은행에서 100만달러를 벌게 되면 80만달러의 차액에 대해 세금을 물게 된다. 이 칼럼은 “회전문이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세금을 매겨 이를 줄이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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