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미 ‘프리던 다시 읽기’

등록 2013-02-20 20:24수정 2013-02-20 22:22

베티 프리던(1921~2006)
베티 프리던(1921~2006)
‘여성의 신비’ 출간 50주년 맞아
‘여성운동 대모’ 재조명 움직임
NYT, 20세기 중요한 책들 목록에
미국에서 현대 여성운동의 대모 베티 프리던(1921~2006·사진)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국 1960년대 여성운동의 기폭제이자, 전업주부로 살던 그를 세상의 한복판에 끌어냈던 책 <여성의 신비>가 19일 출간 50주년을 맞은 것이 계기다.

이 책을 처음 발행했던 출판사 ‘W.W. 노턴앤컴퍼니’는 다음달 재출간을 계획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프리던과 미국 여성주의 운동의 역사와 현실을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칼럼니스트인 게일 콜린스가 ‘프리던 다시 읽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1963년 출간된 <여성의 신비>를 ‘20세기 가장 중요한 책들’ 목록에 올렸다. 한때 이 책은 한 보수 잡지가 선정한‘19∼20세기 가장 해로운 책 10권’중 하나였을 정도로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프리던은 대학에서 뛰어난 학업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남자친구가 “나는 너처럼 연구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헤어지자”고 하자 대학원을 포기했다. 자신보다 똑똑한 여성 파트너를 꺼리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후 스스로 밝혔듯 “특별한 계획없이 신문사에서 일하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부유한 교외 지역 가정주부로” 살았다. 버클리대에서 공부한 재원이자, 맨해튼의 좌파 조합 신문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가 보내야 했던 ‘교외 백인 중산층 여성’으로서의 삶은 <여성의 신비>의 토대가 됐다.

프리던은 정신의학자들이 당시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중산층 여성의 불행을 ‘리비도의 잘못된 분출’ 징후로 간주하는 것에 분노했다. 여성을 국가 번영을 위해 새로운 주방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기계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도 반기를 들었다. 그는 가정주부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집안일의 본질’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당시 미국인 대부분은 농촌의 삶을 버리고 도시와 교외 지역으로 대이동했다.

농촌에서 여성의 경제적 역할은 결정적이다. 채소와 가축을 키우고,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교외 가정주부에겐 명확한 경제적 역할이 없다. “집안일은 더이상 꼭 필요하지도,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프리던은 특히 ‘여성의 직업’을 강조했다. 삶에 지루함을 느끼고, ‘완벽한 가정’이라는 덫에 얽매였던 여성들은 <여성의 신비>를 집어들었고 열광했다. 1980년대 후반 버몬트 주지사가 된 매들린 쿠닌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를 ‘아하!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프리던은 남성과 보수주의자 이외에 진보진영 여성으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다. 흑인, 저소득층 여성의 문제 등 인종·계급 차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책 출간 3년 뒤 전미여성협회(NOW)를 설립해 광범위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여생을 바쳤다. <시비에스>(CBS) 방송 조사결과 미국 여성 65%는 ‘사회·정치·경제적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믿는다’고 답해 프리던 이후에 일어난 변화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정치 웹진 <트루스아웃>은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3.6% 수준이며, 여전히 여자는 남자보다 가난하고, 여성의 낙태권은 여전히 논쟁거리다”라며 프리던이 봇물을 터트린 성평등의 문제들은 현재진행형임을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김종훈 ‘CIA 이력’ 일파만파…“한-미 모두 불편한 상황” 지적
어이상실 국정원, ‘불법 정치관여 고발’을 ‘정치관여’로 몰아
쓰나미에 주인 떠나보낸 휴대전화…2년만에 가족 품으로
손톱 뽑고 매질하고…가출여고생 성매매 내몬 ‘20대 커플’
“헤어지자”고 했다고…여자친구 아버지 살해한 고교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