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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정치 적수이자 경제 파트너…미-베네수엘라 적대 청산할까

등록 2013-03-07 19:47수정 2013-03-07 21:23

차베스 이후 양국 어디로
남미에 ‘반미 깃발’ 꽂은 차베스
미국엔 손톱 밑 가시 같은 존재
두 나라, 2010년 이래 대사 안 둬

마두로 ‘차베스주의’ 표방해도
양국 석유 등 교역규모 워낙 커
전문가들 단계적 관계개선 전망

2009년 4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우루과이의 지식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제국주의의 식민지 수탈을 비판한 ‘남미의 고전’, <라틴아메리카의 절개된 혈관들>이었다. 당시 <가디언>은 이를 ‘완벽한 선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차베스는 새로 취임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미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에도 할 말은 다 하는 차베스는 미국으로선 ‘손톱 밑 가시’ 같은 존재였다. 미국을 뺀 아메리카의 지역통합을 외친 차베스는 2005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와 똘똘 뭉쳐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이 꿈꿔온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을 저지했다. 차베스는 미국 입김이 센 미주기구(OAS)에 맞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남미국가연합(UNASUR), 중남미 국가들이 뭉친 볼리바르 동맹(ALBA), 페트로카리베 등을 통해 정치·경제적으로 남미를 결속시켰다. 가난한 이웃 나라들은 ‘반드시 미국의 모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미국에 강경했던 차베스가 사망함에 따라 얼어붙었던 두 나라 관계에 봄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장은 어렵지만 결국은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까닭은 베네수엘라 국내 정치 때문이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한 달 뒤 열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분간은 ‘차베스주의’를 흔들림 없이 지켜가야 한다. 당장 마두로 부통령은 차베스 사망에 미국의 음모 가능성을 언급했고, 스파이 혐의로 미국 외교관 2명을 추방했다.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하고 지지자들을 이탈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시엔엔>(CNN)은 “하지만 이는 그만큼 베네수엘라 정부가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두 나라의 벌어진 틈이 좁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석유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석유수입국 가운데 네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경제에 중요한 나라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생산의 40%를 미국에 수출해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할인되지 않은 시장가격으로 구입하는 유일한 강대국이다. 차베스는 쿠바 등 중남미국가들에는 석유를 매우 싼 값으로 지급했고 400억달러를 빌린 중국에도 할인된 가격에 석유를 판다.

차베스는 독설로 미국을 자극해 왔지만, 두 나라의 교역량은 계속 증가했다. 베네수엘라엔 미국의 크고 작은 기업 500개가 진출해 있으며 각종 소비재를 수출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대테러, 마약소탕 등을 하려면 베네수엘라의 협조가 필요하다. <비비시>(BBC)는 방만한 재정운영, 저성장으로 베네수엘라 차기 정부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지나 차베스의 선동이 빛이 바래면 결국 미국과의 관계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앞으로 두 나라가 다시 대사를 파견할지 여부가 관계 변화의 시금석이라고 전했다. 차베스는 부시 행정부 시절 ‘정부 전복 음모를 꾸몄다’며 패트릭 더디 미국 대사를 추방했고 2010년엔 오바마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신임 대사로 지명한 래리 파머의 부임을 거부했다. 두 나라는 2010년 이래 양쪽 대사를 두지 않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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