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포함 조선무역은행, 미국 은행들과 거래 금지 및 자산 동결
미국 재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별도로 북한에 대해 독자적인 금융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제재는 2005년 마카오에 위치한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와 비슷한 방식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11일(현지시각)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명령(13382호)에 따라 북한의 대외금융 거래 및 외국환 담당 은행인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로써 조선무역은행은 미국 은행들과 거래가 금지되며, 미국 법 관할 하의 자산이 모두 동결된다.
미국은 행정명령에 따라 이미 20곳 이상의 북한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는데 이번 조처가 다른 점은 북한의 핵심 외국환 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골랐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북한 은행에 대한 제재가 있었으나 단천상업은행·조선광선은행 등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이 그 대상이었다.
또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단하는 은행이 미국 은행뿐만 아니라 제3국 은행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제재 때에도 미국 은행뿐만 아니라 제3국 은행들도 이 은행과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이 예금인출 사태를 겪은 데 이어 파산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미국 은행들이 거래를 중단하는 특정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은행들도 피해가 올 것을 우려해 거래를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 리스크를 특히 경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3국 은행들로 거래 중단이 확산될 경우 이번 조처는 그렇잖아도 규모가 작은 북한의 대외무역을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외 금융업무를 총괄하는 금융기관으로 1959년 조선중앙은행의 외환부로 설치되었고, 1963년 분리·독립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