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여고생 성폭행한 혐의 미식축구 스타 징역형 선고
“파티장을 나간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일어나보니 침대였다”(피해 여고생)
“파티장에서 서로 눈이 맞아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이다.”(고교 미식축구 스타)
탤런트 박시후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미국 오하이오 고교생 성폭행 사건이 피해 여학생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가해 학생이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인데다 피해 여학생의 나신을 찍은 사진을 유튜브에 올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제2의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하이오주 법원은 17일 술 취한 16살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스튜번빌 고교의 트렌트 메이스(17)와 말릭 리치먼드(16)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메이스는 최소 2년, 리치먼드는 최소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두 사람은 최대 21살까지 소년원 신세를 질 수 있다. 특히 메이스는 피해 여학생의 사진을 유튜브에 올린 점 때문에 형을 더 받았다.
미식축구 스타를 꿈꾸던 두 학생의 인생이 꼬인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미식축구부 파티에서 또래 여고생과 술을 마시고 ‘동침’한 것이 화근이 됐다. 며칠 뒤 피해 여학생은 자신의 사진이 유뷰브와 메신저에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은 뒤 이를 확인하고 분노했다. 그는 파티에 참석한 남학생 5명을 집단 성폭행과 강제추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두 남학생은 “사전 동의에 따른 화간이었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 여학생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낯선 집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며 “내 휴대전화와 귀고리, 속옷이 모두 사라지고 없어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재판은 반전을 거듭했다. 사건 다음날 피해 여학생이 한 친구에게 “절대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며칠 뒤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피해 여학생이 평소 거짓말을 많이 하고 술을 과하게 마신다는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학생이 술에 너무 취해 성관계에 동의할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점과, 남학생이 여학생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을 고려했다. 특히 메이스는 여학생의 옷 벗은 사진을 유튜브에 올린 뒤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 같자 친구들에게 이를 유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나중에는 한 친구에게 “그녀가 너희 집에 와서 의식을 잃은 것이라고 말하라”고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토마스 립스 판사는 증거물에 대해 “불경하고 추한 것이었다”면서, 10대들이 음주의 위험성과 함께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초범이란 걸 알지만, 이것은 심각한 범죄다. 이들이 만약 어른으로 기소됐다면 더 중형에 처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을 선고받은 메이스는 피해 여학생 가족에게 사죄를 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이고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리치먼드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변호사에게 “내 인생은 끝났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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