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금지법 위헌여부 심사
대법관 9명 진보-보수파 대립
6월 결론…재판불성립될 수도
시민 수천명은 찬반 시위
대법관 9명 진보-보수파 대립
6월 결론…재판불성립될 수도
시민 수천명은 찬반 시위
미국 연방대법원이 26일 캘리포니아주 동성결혼 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역사적인 심리를 시작했다. 위헌 판결이 내려질 경우 캘리포니아주 법은 자동 폐기되고,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진보·보수파 간의 전통적 대립을 드러냈고, 몇몇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심리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은 동성결혼 금지법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헌법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함으로써 전통적인 결혼을 비헌법적이라고 규정할 것인지 등 첨예한 쟁점을 심리해야 한다. 이날 대법원이 90분간 심리 뒤 공개한 발언록을 보면, 9명의 대법관들은 찬반 의견을 대표하는 변호인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공세적인 질문을 던지고 격론을 벌였다.
관심의 초점은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다. 그는 진보·보수파로 양분된 대법원에서 보수파로 분류되나 사안에 따라 진보적 판결도 내려 판결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쳐온 인물이다. 그는 “이번 심리는 우리를 전인미답의 길에 들어서게 한다. 2000년 넘는 역사를 따져보는데 우리는 5년간의 정보만 갖고 있다”며 신중론을 표했다. 5년간의 정보란 2004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첫 동성결혼을 허용한 사례를 일컫는다. 진보파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메이어 대법관도 “각 주들이 실험을 하게 하고 사회가 그 방향을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이슈라면 왜 지금 대답을 구해야 하는가”라며 시기상조론에 무게를 뒀다.
진보적 대법관들은 반대쪽 변호인에게 ‘동성결혼이 전통적 결혼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치느냐’고 캐물었다. 변호인이 “그것은 결혼의 목적과 정의를 아이 양육에서 일탈시키고 어른들의 감정적 욕망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며, 결혼의 핵심은 출산과 양육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대법관들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나 노인 부부들은 결혼할 권리가 없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동성 간에 결혼을 할 헌법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찬성쪽 변호인에게 ‘도대체 언제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이 되었느냐’고 캐물었다. 변호인은 “특정한 날짜는 없다. 이건 점진적으로 진화됐다”고 답변했다.
대법원은 비공개 심리 등을 거쳐 6월께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재판 불성립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5명의 대법관은 이번 재판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아닌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개인 2명이 제기한 점을 문제삼아 이들이 상고할 자격이 있는지도 따졌다. 앞서 하급법원들에선 캘리포니아주 동성결혼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날 워싱턴의 대법원 밖과 내셔널몰 등에선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찬반 시위가 이어졌다. 버지니아에서 왔다는 동성결혼자 패트릭(39)과 해퍼리드(51) 부부는 ‘오늘 결혼했어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패트릭은 “이번 판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도미노처럼 모든 주들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거다”라고 말했다. 심리학자라는 60대의 로빈슨은 ‘심리학자는 정상적 결혼에 찬성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는 “자손을 남겨야 인류가 보존되는데 동성결혼은 인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27일 동성커플 차별의 근거가 되는 또 하나의 주요 법안인 결혼보호법의 심리를 시작한다.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규정한 이 법은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서명했으나, 클린턴조차 자신이 서명한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전정윤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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