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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남·북·미, 비핵화-평화협정 동시에 협상 나서야”

등록 2013-04-07 21:01수정 2013-04-07 22:42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5층 회의실에서 모턴 핼퍼린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왼쪽)이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최근의 긴장된 한반도 정세의 해법 등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5층 회의실에서 모턴 핼퍼린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왼쪽)이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최근의 긴장된 한반도 정세의 해법 등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문정인-핼퍼린 대담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모턴 핼퍼린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 한반도 정세를 풀어갈 해법을 모색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두 사람은 이제는 정치적 대화를 해야 할 때라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대담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5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모턴 핼퍼린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미국에서도 매우 드물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를 모두 경험한 외교·안보 전문가다. 예일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다 린든 존슨 행정부 시절 국방부 부차관보로 관직에 몸을 담았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인 1969년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이던 그는 베트남전 관련 기밀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 등으로 9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는 베트남전에 비판적이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다시 발탁돼 국방부 장관 자문관, 국가안보회의 특별보좌관으로 일한 뒤 1998∼2001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3일 대담에서 “정책기획실장 때 북한이 핵무기 개발 포기의 혜택을 이해하고 미국과 우호적으로 협상하려 한다고 판단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서울과 평양을 방문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의 저서 <관료정치와 외교정책>은 미국에서 대학원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참여정부 때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이명박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미국·중국 등의 외교에 밝은 국제정치학자다. 1·2차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다.

문정인 교수(이하 문) 현재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모튼 핼퍼린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하 핼퍼린) 분명히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북한이 전쟁을 원한다고 보지 않는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긴장이 매우 높다. 의사소통마저 중단돼 매우 위험하다. 긴급하게 해야 할 것은 대결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6자회담 재개나 동북아의 새로운 포괄적인 안보구조를 만들기 위한 제안을 해온 것을 잘 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선 ‘킬 체인’ 같은 논의들이 많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시설이나 미사일기지에 대한 선제타격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게 가능한 것인가?

핼퍼린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북한은 핵 능력뿐만 아니라 매우 실질적인 재래식 군사능력을 갖고 있다. 미국 또는 한국의 어떤 군사 행동에 대해서도 북한은 재래식이나 화학무기로 대응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매우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되겠으나 한국이 입는 손실은 또한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킬체인 또는 공격적 방어 차원의 미사일방어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탐지 문제다. 북한에는 11개의 장거리미사일 기지, 200개 이상의 숨겨진 스커드미사일 기지가 있다고 한다. 이걸 모두 탐지해서 요격하기 어렵다. 만약 이른바 선제공격 같은 게 단행된다면, 북한은 전방에 전진 배치된 1200여문의 장사포로 서울과 수도권 어디 곳이든 타격할 수 있다. 그 만큼 우리의 취약성도 크다.

중앙일보가 한 때 킬체인 아이디어를 옹호했는데 최근 킬체인 논의는 잠잠해진 것 같다. 요즘 다른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 등 일부에선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 억제력, 즉 핵 우산 제공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핼퍼린
“한반도 매우 위험한 상황
북이 전쟁 원한다 보지 않아
그러나 의사소통마저 끊겨 위험…
미 핵잠수함 등 한반도 전개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
중단해야 한다”

문정인
“만나본 북 엘리트들
핵보유 부정적 귀결 잘 알아
그러나 ‘압살정책’ 계속되는 한
다른 선택 여지 없다는 것…
군부우선 역학관계 보면
지도자가 합리적 방안 힘들어”

핼퍼린 그건 매우 매우 어리석고 위험한 아이디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어 의지가 확고하다. 한국과 공동으로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자세가 돼 있다. 가장 신뢰할 만한 억제는 핵무기를 통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핵공격이 단행된다고 해도 그렇다.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로 공격한다 해도 적절한 대응은 가능한 빨리 재래식 무력으로 전면 대응으로 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투하한 정권을 제거한다고 해서 무고한 수많은 북한 국민들을 죽게 해선 안 된다. 북한에 대해 아무리 적절하게 핵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많은 남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게 불가피하다.

핵무기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어떤 공격에도 가능한 빨리 북한 정권 제거를 위해 재래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어떤 북한 공격에도 믿을 만하고 적절한 대응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게 핵무기 사용과는 관련 없어야 한다.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한다고 해도 그게 핵무기 대응력의 신뢰를 높이지 못한다. 핵무기 대응은 믿을 만하지 못하다. 그것은 한반도를 파괴한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 국민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런 제안의 배후에는 핵 억제력이 실질적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없다. 여기에 미국의 의지는 불명확하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봐라. 그들은 핵무기를 가진 뒤에도 생존했고, 번영하고 있다. 왜 우리는 안되느냐는 정서가 작용한다고 보는데.

핼퍼린 어떤 나라도 핵을 가져서 번영하는 게 아니다. 가장 분명한 예가 중국이다. 중국은 매우 오래전인 1960년대 핵무기를 가졌다. 중국은 최근 경제대국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재래식 무기를 증강하면서 주변국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 역사를 보면 중국의 세계에서의 역할 높이는 데 거의 역할을 못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핵을 가져서 얻은 이득이 없다. 억제력은 재래식 무기를 통해 했다. 핵무기를 가진 뒤 두차례 전쟁에서 이것의 사용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재래식 무기에 의한 대응이었다. 인도, 파키스탄은 서로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가졌다. 차이는 그들은 동맹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다. 두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이 한 것처럼 할 필요가 없다. 이익이 없다.  

한-미 동맹을 보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그렇다. 정몽준 의원 등 한국의 일부 보수 여론주도층이 우리는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 의지를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압박을 받은 미국 정부는 확장억제력 제공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투하 훈련을 했다. 여기에다 최첨단 F-22를 출격시키고, 이지스급 구축함도 파견했다. 그러자 북한은 비상이 걸렸다. 결국 미국의 의지 과시가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람직한 일인가?

핼퍼린 한국 정부에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이다. 한국 정부에 극적으로 뭔가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제 중단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 정치적 대화를 재개해야 할 시간이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때다.

지금이 모멘텀이라고 보는가. 한·미·중·북이 전혀 대화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 대화가 어렵다고 본다. 현 정부가 대선 승리 후 바로 북측과 교감을 가지고 한미연합 훈련의 방어적 성격에 대해 북측에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런 의사소통이 전혀 없다. 그래서 매우 두렵다.

핼퍼린 그런 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아산정책연구원과 코리아 갤럽 등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60% 이상이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지지한다고 한다. 특히 조선일보가 이런 논의를 일부 공론화하는 것 같다. 내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종료된다. 미국은 비확산 의지가 매우 확고한 반면, 한국은 원자력 생산의 전 과정(선, 후행 주기)과 ‘파이로 프로세싱 방식’의 재처리를 허가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두 나라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가? 받아들인다면 어떤 조건에서 그게 가능한가?

핼퍼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연기하는 것이다. 좋은 해결책이 없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요청 받아들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

8월까지는 미 의회에 최종 개정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사실상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간 내에 타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사실 한국 정부는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미측이 우리측 제안을 수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핼퍼린 박 대통령이 매우 강하게 나가는 것 같다.

북한 쪽으로 가보자. 북한은 더이상 비핵화에 관해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경제개발과 핵무기 개발을 병행 추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핼퍼린 이게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이었다. 핵무기를 개발하면 재래식무기에 들어가는 투자를 줄일 수 있으니, 경제개발에 더 많이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적절한 여건이 주어진다면 북한과 협상을 통해 핵무기 제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두 목표의 병행 추진이 모순적이라고 본다. 한·미·일, 심지어 중국까지도 북의 그런 선택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 추진할 경우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다. 그에 대한 주민의 정치적 지지도 하락은 물론 정통성에도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다. 이를 반전시키려면 외부의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데,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누가 지원하겠는가.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의 보유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정권과 체제 안정을 담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중기적으로 총체적 난관을 겪게 될 것이다.

핼퍼린 북한의 핵 보유는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들의 체제 안전을 훨씬 더 줄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주변국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면서 외부의 압박 가능성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억제에 매우 효과적인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효과적일 것이다. 게다가, 핵을 가져서는 정치적 해결이나 경제적 개발을 할 기회가 없어진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을 더 암울하게 할 것이다. 계속해서 빈곤에 빠뜨리고 더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북한의 정치구조를 언급하고 싶다. 내가 만나본 북한 엘리트들은 핵 보유의 부정적 귀결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압살정책’이 계속되는 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군부의 핵 보유 입장은 강한 것으로 안다. 군부 우선의 북한 내부 정치적 역학관계를 보면 지도자가 합리적 방안을 추구하기 힘들게 돼 있다. 핵을 가져서는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 핵은 사람들을 먹여주지 않는다. 체제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처럼 군부가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다른 대안 모색이 어려워 보인다.

북한 성명을 자세히 보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은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논리는 먼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있어야 비핵화 협상에 응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한 접근법인가?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핼퍼린 북한은 먼저 평화 논의를, 그 다음에 비핵화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평화 논의를 하자고 한다. 가능한 유일한 것은 이를 동시에 논의하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이라는 정책 아래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경제 지원을 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건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 핵을 포기하면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당신과 생각이 같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연계 추진해야 한다. 반면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는 병행 추진해야 한다.

핼퍼린 한국이 즉각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현재 긴장이 진정되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정치적으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두가지를 진행해야 한다. 하나는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한국과 함께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의제에는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문제를 동시에 포함해야 한다. 두 의제를 동시에 진행해 합의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한국이 남북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우리가 논의한 것처럼 킬체인, 전술핵무기 재배치, 한국의 핵무기 독자 개발은 모두 가능하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때 나온 것이지만 일부에선 정권 교체를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미얀마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에 지원을 하겠다고 말한다. ‘버마 모델’이 북한에 적용 가능한가?

핼퍼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훨씬 더 중앙집권적이어서 권력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 한국과의 통일이라는 또다른 대안이 있다. 북한이 버마처럼 개방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통일 요구가 있을 것이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안될 것이다. 북한 정권이 이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개혁개방이 필요하다고 계속 말해왔다. 북한 사람들이 외부 세계와 점점 더 접촉하게 되면 그들은 남한과의 거대한 격차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게 결국은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이 버마처럼 되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번째 북한에 아웅산 수치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두번째 미국 정부에 ‘버마 관여 정책’에 적극적이었던 것처럼 대의를 추진할 라인업이 있어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커트 캠벨 전 아·태 차관보, 데릭 미첼 주버마 대사 등 국무부 라인업이 버마와의 관계 개선에 의견이 일치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핼퍼린 미국이 버마에는 빠르게 관여했다. 그런데 그에 앞서 버마 정부가 아웅산 수치를 석방하고,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실시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했다. 미국 정부의 관여 전에 버마 정부가 매우 실질적인 변화 조처를 단행했다.

아니다. 미국이 버마가 개혁으로 나가도록 하는 데 매우 신중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나 핵심은 북한은 미국 리더십으로부터 그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핼퍼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이게 북한에서 성공한다는 데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시도는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미국은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하라고 한다. 북한은 그건 리비아가 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불만이 크다. 지금 한반도 상황이 최악이다. 미국의 정부, 학자, 언론 모두 북한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의 잘못을 보지 않는다. 과거 역사를 보면 미국의 잘못은 첫째 북한을 악마화, 또는 희화화 한 데 있다. 북한을 ‘악의 축’, ‘불량국가’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북한을 미국의 주목을 받기 위해 ‘매달리는 어린애’처럼 인식한다.

두번째는 획일적인 대북 인식과 경직된 정책 대안이다. 당신같은 목소리는 워싱턴 주류에서 들리지 않는다. 세번째, 당신은 동북아에 대해 잘 안다. 그러나 현재 워싱턴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제너럴리스트 (generalist) 들이다. 북한에 대해 아는 사람의 역할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핼퍼린
“북 핵무기 프로그램 진행동안
미, 관계정상화 나서기 어렵다
한국이 북과 대화 나서야…
북에 대한 새 접근법 필요
구속력 있는 비핵화 조약
한국·일본도 포함돼야”

문정인
“나는 미 대북정책에 불만
워싱턴 여론 주도하는 사람들
북 아는 사람 역할 거의 없어
북문제 우선순위 계속 밀려
2009년 로켓발사 관심가졌지만
오바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왔다는 것이다. 1994년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 영변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했다가 나중에 제네바합의를 했다. 그러나 그 후 5년 동안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2002년 존 볼턴 등 네오콘들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제기했다. 그러나 5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5년 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비로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들어왔다. 오바마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오바마가 관심을 갖기는 했다. 그 이후 그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슈를 제기하고 그 다음에 물러섰다. 대북 정책에 대해 매우 낮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래서 누가 고통받았나. 북한과 남한, 중국이 고통 받았다. 미국의 과거 대북정책을 살펴보면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풀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핼퍼린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에 가서 연설을 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문제를 보라고 했다. 이런 태도는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좋은 조언이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눈으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정부에 있을 때, 1998~2000년 매우 진지하게 북한과 협상했다. 북한은 당시 미국과 우호적으로 협상하려고 했다. 그들은 핵무기 개발 포기의 혜택을 이해했다. 나에겐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서울과 평양을 방문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2년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오찬을 함께 할 기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2000년 11월 앨 고어가 대통령 선거에 이겼다면 북한 문제가 해결되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모든 게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북한에 정치적으로도 큰 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핼퍼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 우린 진짜 기회를 놓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기 집권 후 카이로에 전세계 무슬림들을 상대로 했던 연설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슬람 세계와 다름이 있지만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올해 재선 뒤 취임사에서도 다른 나라와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관여 정책이 의심과 두려움을 제거하기 때문에 훨씬 낫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그걸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 연설은 정말 좋으나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핼퍼린 그게 미국 정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정부가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이행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잘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이전 행정부들도 직면했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핼퍼린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이 없다고 본다.

전략적 인내를 말하는 것인가?

핼퍼린 여전히 전략적 인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위기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목표가 없고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고 있다. 현재 상황을 진정시키길 희망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당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무부 정책기획실, 국방부에서 일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핼퍼린 오바마는 다른 문제로 매우 바쁘다. 경제와 국가부채, 이민정책 등으로 바쁘다. 미국 대통령들은 연방정부 경험이 별로 없다. 연방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이해 못한다. 대부분 나라는 총리가 되려면 그 전에 내각 경험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또 우선순위도 낮게 두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북-미간에 관심이 비대칭적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핼퍼린 매우 어렵다. 많은 나라들이 이런 문제에 직면한다. 문제는 서로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아웃소싱 정책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을 주도하라고 한다. 조만간 방미하는 박 대통령에게 뭘 제안하겠는가?

핼퍼린 나는 박 대통령이 협상을 제안하는 것을 보고 싶다. 양자 대화에 나서야 한다.

나도 박 대통령 쪽에 그렇게 말하고 싶다. 문제는 상황이 매우 안 좋다. 그게 우려된다.

핼퍼린 지금이 정확히 북한에 제안할 시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미가 새 접근법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기다. 한미간에 어떻게 할지 합의한 후에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새 접근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투트랙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양자 대화를 해야 한다.

6자회담는 죽었는가?

핼퍼린 현재는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많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다. 더 중요한 것은 트랙 1.5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에 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괄적 평화조약에 뭐가 포함되고, 비핵지대화는 어디까지 포괄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6자회담을 재개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차관보급의 ‘바텀업 접근법’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 수준으로부터의 ‘탑다운 접근법’이다.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가?

핼퍼린 둘 다 해야 한다.

당신이 박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핼퍼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평화조약과 비핵지대화가 동시에 포함돼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가 가져올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다. 이 구속력 있는 조약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도 포함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만의 비핵화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북한의 비핵화, 특히 검증 가능한 핵무기 폐기는 현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목표를 낮게 잡자는 것이다. 더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no more), 핵탄두의 소형화와 같은 더 나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고(no better), 외국으로 확산되는 것(no export)을 막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나?

핼퍼린 종착점에 동의한다면 거기에 일보 전진하는 것이다. 북한이 그런 약속을 하고 한·미가 그에 대해 경제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종착점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없다면 지난 20년의 역사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이것을 임시적인 합의로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안 된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합의의 의미를 놓고 서로 충돌할 수 있다. 그래서 흥미로운 아이디어이지만, 양쪽에 의한 포괄적인 시설 검증을 한다는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한국엔 비관주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이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핵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나오는 이유다.

핼퍼린 북한과 남한, 일본이 핵을 보유하는 상황은 훨씬 더 위험한 세상이다. 여전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협상의 기회가 있다. 평화 이슈와 비핵화 이슈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단계적 방식으로 협상해야 한다.

나는 미국에서 나오는 논의에 당혹스럽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는 이미 늦었으니 비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로버트 갈루치도 그런 발표를 했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비핵화 문제를 풀 수 있다. 비핵화를 먼저 풀고 그 다음에 비확산 이슈로 가야 한다.

핼퍼린 우리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그건 받아들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핼퍼린 그렇지 않다. 약간의 가능성을 우려하긴 한다. 그러나 양쪽 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 지도자는 전쟁시 정권 종말이 오리라는 걸 안다. 남한도 그것이 초래할 엄청난 파괴를 잘 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정리·사진·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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