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ℓ짜리 ‘압력솥 폭탄’ 사용…공기총탄·못·화약 넣어

보스턴 마라톤 테러 파장
FBI “검정 배낭에 담아 인도에 놔둬”
제조법 간단…‘알카에다 교본’에 실려
전문가들 “개인·작은단체 소행 혐의”

15일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에 압력솥을 이용한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폭탄은 알카에다의 교본에 나와 있을 정도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이 많이 사용한다. 미국 안에서도 인터넷에서 사용법을 쉽게 알 수 있어 이것만으로 용의자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리처드 데스로리어스 연방수사국(FBI) 특별수사관은 16일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부서진 압력솥과 배낭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검정색 나일론, BB(공기총탄)·못·볼베어링 등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압력솥은 용량이 6ℓ로 이 안에 공기총탄과 못, 화약 등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압력솥은 검정색 배낭 또는 더플백에 담겨 인도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사진 판독결과 밝혀졌다.

압력솥에 공기총탄과 못 등을 넣은 것은 치명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분명함을 보여준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의사인 데이비드 무니는 “다친 아이들의 몸에서 공기총탄과 못을 제거했다”며 “어린 소녀의 몸에 못이 박혀 있었던 것이 가장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2010년 7월 펴낸 자료를 보면, 압력솥 폭탄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인도·네팔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알카에다는 2010년 ‘인스파이어’라는 온라인 출판물에 이 폭탄 제조법을 영문으로 올려놓고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들에게 추천했다.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된 이 제조법은 “압력이 채워진 밥솥은 간단한 폭탄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범죄 전문가들은 이것만 갖고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압력솥 폭탄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월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현재까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테러 조직이 없는 사실을 고려하면, 조직화된 테러리스트보다는 개인 또는 소규모 단체가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엔엔>(CNN)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서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발 장치는 쉽게 알 수 있는 공식에 따라 혼자서 폭탄을 만드는 ‘외로운 늑대형’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데스로리어스 연방수사국 특별수사관은 “수사가 매우 초기 단계”라며 용의자와 범행 동기를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제보 등을 통해 약 2000개의 사진·동영상을 확보해 판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조사를 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20대 남성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 전날 밤 수색한 아파트에서도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3명 중 8살 소년 외에 나머지 두 명의 신원도 확인됐다. 한 명은 레스토랑 매니저인 크리스틀 캠벨(29)이며, 다른 한 명은 중국 국적의 보스턴대 대학원생 뤼링즈다. 여성인 이들은 관람객으로 현장에 있다 참변을 당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하려고 보스턴을 방문한다. 테러 사건 이후 워싱턴·뉴욕·시카고 등 주요 도시들은 연방정부 건물과 대중교통시설 등에 경찰을 집중 배치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