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전략적 인내’서 ‘비인내’로 전환 언급
중국 협력 끌어들여 정책 변화 의도 뜻
중국도 관련 국가들과의 대화 강조 나서
중국 협력 끌어들여 정책 변화 의도 뜻
중국도 관련 국가들과의 대화 강조 나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략적 비인내’라고 지칭하며, 중국과 협조해 북한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미 하원 외교위원회 예산안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patience)’가 아니라 ‘전략적 비인내(impatience)’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소극적 정책에서 적극적인 외교적 개입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발언은 케리 장관이 지난 12~14일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을 계기로 가다듬은 대북정책 구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사실상 ‘무시 전략’에 가까웠다. 북한의 도발에 대화 제의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인 만큼 이를 무시하고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 케리 장관이 이에 빗대 자신의 구상에 ‘전략적 비인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전략적 비인내의 열쇳말은 중국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미국이 “군사적 위협 이외에는 북한에 직접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없으면 북한은 붕괴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 협조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우리와 협조할 의지를 시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갖고 있는 영향력을 지렛대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보겠다는 복안을 제시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중국도 북한이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협조가 가능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특히 중국이 북-미 협상을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동북아 순방 동행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로이터> 통신은 케리 장관이 “만약 중국이 우리에게 ‘여기 우리가 준비한 게 있으니 봐라’라고 한다면, 논리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북한과 협의해 중재안을 만들어 오면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마침 중국도 관련국들의 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 군사위 정책국 성명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고 “대화와 협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하고 정확한 길”이라며 “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 수호, 반도의 비핵화 실현은 관련국들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달 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끝내고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16일 “북한이 아마도 다음 몇 주간 더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억제하고 다른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장관 모두 북한의 협상 태도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실제 협상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케리 장관은 17일 “비핵화를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개념이 (북한에) 없는 한 우리는 보상하지 않을 것이고, 협상 테이블에 가지 않을 것이며, 식량 지원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북한과 협상 때 보상으로 비칠 만한 것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미국 내의 거부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도 “미국 정가의 분위기에 비춰볼 때 정책기조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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