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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10년 동안 여성 3명 감금·성폭행”…엽기 사건에 미국 충격

등록 2013-05-08 15:24수정 2013-05-08 16:39

몇년 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주택 뒷마당에서 어떤 여성이 알몸으로 기어다니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2011년에는 집 안에서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리고, 비닐봉투가 창밖에 내걸린 적도 있었다. 이웃들은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은 채 별 일이 없다며 조사를 마쳤다.

지난 6일 밤(현지시각) 이 집에서 10년 전 실종됐던 세 명의 여성이 구조됐다. 2002∼2004년 같은 지역에서 잇따라 사라진 지나 디지저스(23·2004년 실종), 어맨다 베리(27·2003년 실종), 미셸 나이트(32·2002년 실종)였다. 베리는 집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창 밖에 있던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밖으로 나온 베리는 911로 전화를 걸었다. “도와주세요. 나는 아만다 베리예요. 납치됐고, 10년간 실종상태였고, 나는, 나는 여기있어요, 지금은 풀려나 있어요.”

20대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감금생활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베리의 구조요청을 받고 들이닥친 경찰은 나머지 두 여성과 베리의 여섯살 난 딸 등 네 명도 구조했다. 집 주인인 전직 스쿨버스 운전기사 아리엘 카스트로(52)와 인근에 살던 형 페드로(54), 동생 오닐(50) 삼형제는 납치·감금 용의자로 체포했다. 10여년간 실종 여성들의 주검을 찾겠다며 맨땅을 파고 다니던 경찰과 가족들에게는 ‘기적’ 같은 쾌거였다.

하지만 ‘어떻게 세명의 여성이 10년간 한 집에 갇혀 있는 동안 아무도 모를 수가 있었는가’라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수사관들은 애초 7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실종된 이후 이들이 감금됐던 집을 대상으로 범죄 신고나 화재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경찰이 주민 신고를 부주의하게 처리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부실수사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은 2004년에도 아리엘이 버스 안에 아이를 방치했다는 신고를 받고 이 집에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때도 현관 문을 두드렸는데 응답이 없었고, 추후 심문에서도 범죄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 지역 빈민가에서는 4년 전에도 앤서니 소웰이라는 남성의 집에서 여성 11명의 주검이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열악한 치안상태와 실종자 수색작업 소홀로 집중포화를 맞았던 경찰이 또다시 궁지에 몰린 것이다. 납치 여성 중 한 가족의 측근인 루페 콜린스는 “이웃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할 일(신고)을 했다. 하지만 경찰이 직분을 다하지 않았다”며 경찰 대처를 비판했다.

카스트로 삼형제가 왜, 어떻게 이 여성들을 납치했는지, 집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역시 향후 경찰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다만 피해자 중 지나 디지저스는 아리엘의 딸인 알린과 친구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실종 당시 14살이었던 지나는 방과 후 알린과 함께 있다가 헤어진 뒤 종적을 감췄다. 또 디지저스의 삼촌 티토 디지저스는 아리엘과 같은 밴드에서 20여년간 함께 연주한 사이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아리엘의 집 지하실 천정에서는 피해자들을 묶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쇠사슬이 발견됐다. 현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피해자들은 최소한 다섯 차례 정도 임신했으며, 뱃 속의 아이가 숨질 때까지 구타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살아남은 아이가 이번에 구조된 베리의 딸 조슬린이다. 이웃 주민들은 아리엘이 종종 조슬린을 놀이터에 데리고 나와 놀았다고 증언했다. 아리엘은 이 소녀에 대해 “여자친구의 딸”이라고 말해왔다고 <시엔엔>(CNN) 방송은 전했다. 경찰은 조만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삼형제 중 조슬린의 친부가 누구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피해 여성들은 건강진단을 마친 뒤 각자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베리의 아버지 조니 베리는 6일 이뤄진 딸과의 첫 전화통화 내용을 언론에 밝혔다. 그는 “딸이 ‘아빠, 안녕, 나 살아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라고 말했고, 우리 둘다 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베리의 방을 수년간 그대로 둔 채 딸을 찾아 헤매던 어머니는 2006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별요원 스테판 앤서니는 “악몽은 끝났다. 이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9개월간 납치·감금됐다가 2002년 구조되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엘리자베스 스마트도 피해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그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그들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없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결코 방해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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