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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3명의 여성 10년간 납치·감금·폭행
‘인면수심’ 삼형제

등록 2013-05-08 20:29수정 2013-05-08 21:32

탈출 여성 신고로 전모 드러나
경찰 출동하고도 수색않고 돌아가
몇년 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주택 뒷마당에서 한 여성이 알몸으로 기어다니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2011년에는 집 안에서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리고, 비닐봉투가 창밖에 내걸린 적도 있었다. 이웃들은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은 채 조사를 마쳤다.

지난 6일 밤 이 집에서 10년 전 실종된 여성 세 명이 구조됐다. 2000년대 초반 이 지역에서 잇따라 사라진 지나 디지저스(23·2004년 실종), 어맨다 베리(27·2003년), 미셸 나이트(32·2002년)였다. 베리는 납치범인 집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창 밖에 있던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밖으로 나온 베리는 911에 전화를 걸었다. “도와주세요. 나는 어맨다 베리예요. 납치됐고, 10년간 실종 상태였고, 나는, 나는 여기 있어요, 지금은 풀려나 있어요.”

세 여성의 10~20대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감금은 그렇게 끝났다. 경찰은 나머지 두 여성과 베리의 여섯살 난 딸 등 네 명을 구조했다. 집 주인인 전직 스쿨버스 운전기사 아리엘 카스트로(52)와 인근에 살던 형 페드로(54), 동생 오닐(50) 삼형제는 납치·감금 용의자로 체포했다.

하지만 ‘어떻게 세 여성이 10년간 한 집에 갇혀 있는 동안 아무도 몰랐는가’라는 상식적 의문이 확산됐다. 경찰은 7일 아리엘의 집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주민 신고를 건성으로 처리했다는 제보가 쏟아지자 부실수사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은 2004년에도 별개 사건으로 이 집에 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그때도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응답이 없었다며 그냥 돌아갔다.

이 지역 빈민가에서는 4년 전에 앤서니 소웰이라는 남성의 집에서 여성 11명의 주검이 발견된 적이 있다. 구조된 여성의 한 측근은 “모든 이웃들은 그들이 할 일(신고)을 했다. 경찰이 직분을 다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형제가 왜 여성들을 납치했는지,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수사 과제로 남아 있다. 피해자들이 10년 동안 감금된 지하실 천정에서는 피해자들을 묶는 데 쓰였으리라 추정되는 쇠사슬이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최소 다섯 차례 임신했으며, 그때마다 태아가 숨질 때까지 구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베리의 딸이다. 경찰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친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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