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데이터 조작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러시아 연구팀과 함께 ‘매머드 복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엔엔>(CNN) 방송 등 외신은 이 공동연구팀이 매머드 사체에서 최초로 ‘혈액’(liquid blood)을 발견해, 매머드 복제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시엔엔> 방송은 30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야쿠츠크의 동북연방대와 황 박사가 이끄는 한국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러시아 랴호프스키에서 발견된 1만년 전 암컷 매머드 사체에서 혈액을 체취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장인 시묜 그레고리예프 동북연방대 박물관장은 러시아 신문 <시베리안타임스> 인터뷰에서 “고생물학 역사상 가장 잘 보존된 것으로 일컬어지는 매머드에서 처음으로 혈액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북연방대 누리집에 올라 있는 그레고리예프 관장의 글에는 “우리가 발견한 사체의 근육 조직들은 신선한 살덩어리의 자연스러운 붉은 빛이 돌고 있었고, 얼어붙은 사체를 곡괭이로 찌르자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며 발굴 당시 생생한 상황이 묘사돼 있다. 이 매머드는 물이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숨져, 턱과 혀를 포함해 신체 하부 조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발굴 당시 영하 10∼7℃ 수준이던 낮은 기온 덕분에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레고리예프 팀장은 “공동연구팀에게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자료’이며, 이를 통해 수천년 동안 멸종 상태였던 매머드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체 훼손 우려 탓에 아직 매머드를 옮기지는 못했으며, 7월께 추가 연구를 위해 외국의 연구팀들이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엔엔>은 특히, 공동연구팀의 한국 쪽 연구를 지휘하고 있는 황 우석 박사의 전력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방송은 황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를 복제했고,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년 뒤 데이터 조작 사실이 밝혀져 명예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매머드 복제 발굴작업을 방영해, 이미 한차례 큰 화제가 됐다. 이날 <시엔엔> 기사에도 하룻동안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황 교수의 데이터 조작 전력을 의식한 듯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댄 밴더미어 태냐’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그들이 (매머드를) 발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뢰를 잃은 사람에게 어떻게 연구를 허용하느냐”, “과거 행적이 아니라 연구 결과물로 판단해야 한다”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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