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3년만의 기자회견에 150명 기자 몰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각) 3년 만에 유엔 출입기자들 앞에 섰다.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뉴스거리를 찾기 위해서인지 150명가량의 기자들이 몰렸다. 기자도 신 대사의 회견을 들으려고 워싱턴에서 5시간가량 걸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갔다. 북한이 최근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국면이라 비핵화 의지를 유엔 무대에서 적극 표명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신 대사가 이날 꺼낸 주제는 ‘한국 주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해체’였다. 그는 정전협정 60돌이 되는 해이지만 여전히 한반도에서는 전쟁 상태가 종식되지 않았으며, 유엔사는 평화 증진보다는 긴장 조성의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데로 논리를 끌어갔다. 회견문을 읽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 한꺼번에 20명가량의 기자가 손을 들었다. 질문의 주제는 북-미 대화에서부터 중국의 태도, 유엔 제재 결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인권 등까지 다양했다. 신 대사는 10개가 넘는 질문을 받고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최근 상황과 관련해선 이미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비핵화가 북한의 최종 목표라는 답을 내놨지만 새로울 건 없는 말이었다. 기자들은 최근 북한의 어조가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중국의 태도 변화를 어떻게 보는지 등을 궁금해했으나 만족스런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유엔 제재가 북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슴을 쳤다. 그는 “우리도 사람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이다.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며, 경제 제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종전이 아닌 전쟁 중단 상태 60년’을 앞두고 있는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유엔 기자회견에서 유엔사 문제를 주제로 내걸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자들과 국제사회가 지금 목말라하는 것은 최근 현안에 대한 북한의 시각이다. 미국 국무부는 날마다 공개 브리핑을 한다. 그러나 북한의 시각은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딱딱한 성명서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가 이번 회견에 대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공동 코뮈니케 발표가 있었던) 10여년 전에는 북한 외교관들이 유엔 기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브리핑을 했으나 북-미 관계가 나빠지자 이런 제한적 접촉마저 크게 줄었다. 회견이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한 것도 이런 취지로 해석된다.
회견이 끝난 뒤 신 대사에게 몇마디 더 물었다. 그는 신분을 확인한 뒤 “<한겨레>도 와 있군요.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남쪽 당국에 다시 대화 제의를 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성의를 다 보이고 있다”며 그럴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남쪽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조건부 내걸지 말라. 대화에 응해서 토론을 해야 거기서 어떤 요구가 제기되는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엔본부(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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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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