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국제인권단체 관계자 만나
난민지위 위한 현실적 선택인 듯
러 “기밀누설 말아야” 입장 고수
난민지위 위한 현실적 선택인 듯
러 “기밀누설 말아야” 입장 고수
지난달 23일 홍콩에서 망명길에 오른 뒤 20일 넘게 러시아의 공항 환승구역에서 머물고 있는 ‘세기의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12일 러시아에 망명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날 스노든이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앰네스티, 국제투명성기구(ITI) 등 국제인권단체의 러시아 활동가와 변호사 등을 만나 이런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스노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망명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더이상 미국의 기밀을 폭로하지 말 것을 내걸자 이를 거부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같은 남미 국가들에서 스노든을 받아주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여권이 말소된 그로선 러시아 정부의 허락 없인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없다. 러시아 정부는 법적으로 러시아 영토가 아닌 공항 환승구역에서 머무는 것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남미로 가려면 일단 러시아에서 난민의 지위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적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이 인권단체에 에스오에스(SOS)를 보낸 방법은 역시 그다웠다. 그는 전날 인권단체 등에 전자우편을 보내 “짧은 발표를 할 것이며 앞으로 나의 이후 행보를 논의하고자 한다”며 오후 4시30분까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셰레메티예보공항의 F터미널 대합실로 모여 달라고 요청했다. 공항 쪽은 초청받은 이들에게 환승구역 출입을 허용하고 면담 장소도 제공했다. 초대받은 활동가들은 스노든이 미리 말했던, ‘G9’라는 종이를 든 남성 직원을 따라가 스노든을 만났다. 스노든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나는 미국을 해롭게 할 어떤 행동도 계획도 없으며 미국이 성공하길 바란다”며 자신의 행동이 국익을 훼손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스노든을 만났던 휴먼라이츠워치의 타냐 록시나는 면담이 끝난 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머리가 좀 자란 것 말곤 홍콩에서 인터뷰했을 때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었다”며 “스노든은 환승구역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이곳에서 영원히 살 순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스노든과 인권운동가들의 면담이 끝난 뒤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아직 스노든으로부터 망명 신청서를 받지 못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스노든이 더이상 기밀을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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