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채무 최대 200억달러 달해
미시간 주지사 “합리적 대안 없다” 자동차 산업 사양길 접어들자
미 4대도시서 ‘유령도시’로 전락
높은 실업률에 인구 36% 극빈층
연방법원 승인땐 지출 더 줄여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명성을 자랑했던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이다. 채권단은 물론 시민과 공무원, 다른 재정위기 도시들도 술렁이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정부가 18일(현지시각)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디트로이트시의 비상관리인인 케빈 오어 변호사는 시의 채무가 180억달러(약 20조2050억원) 수준이며, 최대 2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상·하수도 사업을 위해 발행한 보증 채권과 은퇴 노동자 건강보험 급여와 연금 등 무보증 채권 등이 포함돼 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어렵고 고통스런 결정이지만, 다른 합리적 대안은 없다고 믿는다”며 파산 신청을 승인했다. 그는 또 “다 갚을 희망이 없는 채무의 부담없이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 나아가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도시였다. 전성기였던 1950년대 인구는 200만명으로, 미국 4대 도시였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 회사까지 직격탄을 맞으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회사들은 다른 도시로 옮겨갔다. 2013년 현재 실업률은 미국 평균의 2배가 넘는 18.6%까지 치솟았고, 인구는 70만명으로 줄었다. 주민 83%가 흑인이며, 인구의 36%는 극빈층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치는 폭락했고, 시 정부의 세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재산세 수입은 5분의 1, 소득세는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시 정부의 재정악화는 공공서비스 감축으로 이어졌다. 경찰 인력 부족으로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신고 전화를 건 뒤 평균 58분을 기다려야 경찰을 만날 수 있다. 미국 평균 11분의 5배가 넘는다. 미국 최악의 살인률을 겪고 있지만, 해결되는 사건은 8.7%뿐이다. 전국 평균은 30.5%다. 또 디트로이트의 공원 107곳 가운데 절반은 이미 문을 닫았다. 가로수 40%는 불을 밝히지 못한 지 오래다. 주민들이 집과 건물을 버리고 떠나 8만채가 폐가로 변했다. 유령도시의 풍경이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2009년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절차를 맡았던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선임하고 회생을 모색했다. 예산 삭감과 자산 매각,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지난달에는 채권단에 ‘채권 1달러당 10센트’의 손실을 부담시키는 협상을 진행했다. 대신 공무원 수를 줄이고 연금과 복지예산 삭감 등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특히 연금기금 쪽의 반발이 거셌다. 미시간주 연방법원은 앞으로 30∼90일간 파산 승인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디트로이트시는 채무 상환을 유예받는 대신 공무원 인력과 연봉을 줄이고, 공기업을 민영화 하고, 공공서비스 예산을 더 쥐어짜야 한다. 백악관은 “디트로이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구제금융 지원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도시 술집의 매니저인 본 더데어리언(36)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나는 무섭고, 짜증이 난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차에 탄 것 같은 기분이고, 기차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미시간 주지사 “합리적 대안 없다” 자동차 산업 사양길 접어들자
미 4대도시서 ‘유령도시’로 전락
높은 실업률에 인구 36% 극빈층
연방법원 승인땐 지출 더 줄여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명성을 자랑했던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이다. 채권단은 물론 시민과 공무원, 다른 재정위기 도시들도 술렁이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정부가 18일(현지시각)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디트로이트시의 비상관리인인 케빈 오어 변호사는 시의 채무가 180억달러(약 20조2050억원) 수준이며, 최대 2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상·하수도 사업을 위해 발행한 보증 채권과 은퇴 노동자 건강보험 급여와 연금 등 무보증 채권 등이 포함돼 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어렵고 고통스런 결정이지만, 다른 합리적 대안은 없다고 믿는다”며 파산 신청을 승인했다. 그는 또 “다 갚을 희망이 없는 채무의 부담없이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 나아가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도시였다. 전성기였던 1950년대 인구는 200만명으로, 미국 4대 도시였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 회사까지 직격탄을 맞으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회사들은 다른 도시로 옮겨갔다. 2013년 현재 실업률은 미국 평균의 2배가 넘는 18.6%까지 치솟았고, 인구는 70만명으로 줄었다. 주민 83%가 흑인이며, 인구의 36%는 극빈층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치는 폭락했고, 시 정부의 세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재산세 수입은 5분의 1, 소득세는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시 정부의 재정악화는 공공서비스 감축으로 이어졌다. 경찰 인력 부족으로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신고 전화를 건 뒤 평균 58분을 기다려야 경찰을 만날 수 있다. 미국 평균 11분의 5배가 넘는다. 미국 최악의 살인률을 겪고 있지만, 해결되는 사건은 8.7%뿐이다. 전국 평균은 30.5%다. 또 디트로이트의 공원 107곳 가운데 절반은 이미 문을 닫았다. 가로수 40%는 불을 밝히지 못한 지 오래다. 주민들이 집과 건물을 버리고 떠나 8만채가 폐가로 변했다. 유령도시의 풍경이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2009년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절차를 맡았던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선임하고 회생을 모색했다. 예산 삭감과 자산 매각,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지난달에는 채권단에 ‘채권 1달러당 10센트’의 손실을 부담시키는 협상을 진행했다. 대신 공무원 수를 줄이고 연금과 복지예산 삭감 등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특히 연금기금 쪽의 반발이 거셌다. 미시간주 연방법원은 앞으로 30∼90일간 파산 승인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디트로이트시는 채무 상환을 유예받는 대신 공무원 인력과 연봉을 줄이고, 공기업을 민영화 하고, 공공서비스 예산을 더 쥐어짜야 한다. 백악관은 “디트로이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구제금융 지원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도시 술집의 매니저인 본 더데어리언(36)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나는 무섭고, 짜증이 난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차에 탄 것 같은 기분이고, 기차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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