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주 저소득층서 비만율 1%p↓
식품제공 ‘윅바우처’ 제도 손질해
고지방 대신 저지방 등 제공 덕인듯
식품제공 ‘윅바우처’ 제도 손질해
고지방 대신 저지방 등 제공 덕인듯
“미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어린이들의 비만율이 줄고 있음을 보여준 첫 보고서다. 우리 세대에서 최초로 어린이 체중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토머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
미국 사회가 저소득층 미취학 어린이의 비만율 감소 보고서에 한껏 고무됐다. 감소율은 1%포인트 수준으로 미미하다. 그러나 수십년간 상향 곡선만 그리던 어린이 비만율 추세가 반전된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식품 보조 정책 변화와 설탕음료 섭취량 감소, 모유 수유 증가 등을 꼽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2008∼2011년 조사 결과 19개주에서 비만율이 1%포인트 낮아졌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6일 보도했다. 3개주에서만 비만율이 증가했고, 나머지 주에선 변동이 없었다. 미국 40개주와 워싱턴 디시 및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와 버진 아일랜드가 조사 지역에 포함됐다. 조사 대상은 ‘여성과 영·유아 식품 보조’(WIC·윅)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2∼4살 저소득층 어린이 1160만명이다.
미국은 비만율이 세계 1위다. 성인 3명 가운데 1명꼴로 비만이다. 학생 비만율도 27%에 이른다. 이런 미국에서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비만에 특히 취약하다. 미국 전체 미취학 어린이 8명중 1명이 비만인데, 저소득층 어린이는 7명에 1명꼴로 비만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어린이는 각각 5명에 1명, 6명에 1명꼴로 비만이다. 3∼5살 때 비만인 어린이는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이 될 확률이 5배나 높다. 비만은 심장병과 고혈압, 당뇨, 천식 등 각종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비만율이 감소한 원인은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질병센터의 프리든 소장은 “정부 정책이 큰 구실을 하지 않았다고 믿기는 힘들다”며, 정부 정책이 긍정적 영향을 끼쳤음을 에둘러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저소득층에 식품을 제공하는 윅 바우처 제도에서 설탕음료 대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정제곡물 대신 통곡물을, 고지방 대신 저지방 제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윅 바우처 제도가 바뀐 뒤 저소득층 밀집 지역 식료품점들은 신선식품과 통곡물·저지방 제품을 더 많이 비치했다. 예일대에서 윅 제도 변경의 효과를 연구해온 멀린 슈워츠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은 많이 먹지 않는다. 탄산음료와 쥬스 두세컵이 큰 차이를 만든다. 어린이들에게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을 주면, 90㎏짜리 성인의 몸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꼬집었다.
윅 프로그램 가운데는 엄마들을 위한 모유 수유 및 가정 식습관 교육도 포함돼 있다. 하이디 블랭크 질병통제예방센터 선임 연구원은 이를 통해 부모들의 ‘자각’이 일어났다고 봤다. 더 많은 여성들이 모유 수유를 시작했고, 어린이들의 설탕음료 섭취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세 자녀 중 첫째 아들이 비만이라는 35살의 주부 섀넌 프릴랜드도 ‘부모 교육’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건강식품은 너무 비싸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것을 먹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나는 많은 부모들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소득은 여전히 낮지만, 우리는 교육 받았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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