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최소 형량 조항 완화”
폭력·갱 조직 무관 등 조건 달아
재소자 151만…1980년 비해 5배
경제적 부담 커 제도개선 불가피
폭력·갱 조직 무관 등 조건 달아
재소자 151만…1980년 비해 5배
경제적 부담 커 제도개선 불가피
미국 정부가 죄질이 무겁지 않은 마약사범에 좀더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형사사법제도 개혁에 나섰다. 세계 최고 부국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도소 수감률을 기록해온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12일 미국변호사협회 연례총회에서 한 연설에서 “너무 많은 미국인이 너무 오랫동안 좋지 않은 법 집행 때문에 너무 많이 감옥에 가고 있다”며 도덕적·경제적 관점에서 제도 개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늘날 빈곤이 범죄로 이어지고 다시 투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많은 미국인을 옭아매고 많은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지금 시스템은 2010년 한해에만 800억달러의 경제적 부담을 안겼고 인간적·도덕적 비용은 계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제도 개혁안의 핵심은 1986년 ‘반마약남용법’이 통과돼 도입된 이른바 마약사범에 대한 ‘최소 의무 형량’ 조항을 관대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최소 의무 형량이란 마리화나를 비롯한 마약사범에 대해 죄질에 따라 최소한의 형량을 정해놓아 사법 재량권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현재 5㎏의 코카인 판매자는 최소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홀더 장관이 제안한 것은 이 코카인 판매자를 기소할 때 판매한 양을 적시하지 않음으로써 형량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홀더 장관은 마약사범이 폭력에 관련돼 있지 않고, 범죄조직의 두목이 아니며, 갱 조직과 밀접히 연계돼 있지 않는 등 죄질이 가벼워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홀더 장관은 또 경미한 마약사범은 감옥에 보내지 않고 약물치료나 사회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폭력 범죄에 연루돼 있지 않고 형량의 상당 부분이 집행된 고령의 재소자와 모범 재소자들에 대한 특별 석방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약범죄가 개혁안의 핵심이 된 것은 1980년대 이후 마약사범의 교도소 수감률이 급증한 탓이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교도소 재소자 수가 현재 약 21만9000명으로 1980년 이후 800%나 폭증했으며, 이들 연방교도소 재소자 수의 거의 절반이 마약사범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세계에서 재소자 수뿐만 아니라 교도소 수감률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사법통계국(BJS) 자료를 보면, 연방과 각 주 교도소의 전체 재소자 수는 2009년에 161만5487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3년 연속 줄어 2012년 현재 157만1013명이다. 그래도 1980년(31만9598명)보다 391%나 급증한 숫자다. 18살 이상 성인 인구 10만명당 재소자 수는 626명이다. 홀더 장관은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세계 재소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이른다”고 털어놨다. 그는 “같은 범죄라도 유색인종이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번 제도 개선이 이런 불공정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리라 기대했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재소자 수가 급증했다. 공화당은 엄격한 법 집행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유약한 이미지를 우려해 이를 방조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경제적 부담 등이 커지자 공화당도 형사사법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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