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인근 건물서 흰색 증기”
‘미국에 대화 압박 의도’ 분석
‘미국에 대화 압박 의도’ 분석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영변의 5㎿급 원자로를 지난달 말부터 재가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핵 전문가들인 닉 핸슨, 제프리 루이스와 공동으로 지난달 31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런 잠정 결론을 도출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밝혔다.
38노스는 보고서에서 “증기터빈과 발전기가 들어 있는 원자로 인근 건물에서 흰색 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관측됐다”며 “증기의 색깔과 양을 볼 때 원자로가 재가동에 들어갔거나 거의 재가동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나”라며, 38노스의 관측에 힘을 실었다.
원자로는 노심의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고열로 증기를 발생시키며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영변 원자로에서 나오는 흰색 증기를 해당 원자로가 재가동되고 있는 지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5㎿급 흑연감속로를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폐쇄했다가 2002년 10월 합의가 파기된 이후 재가동했다. 2007년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다시 불능화했다. 이 원자로는 정상 가동되면 연간 6㎏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은 이미 폭파시킨 냉각탑 대신 새로 건설한 펌프시설을 원자로의 냉각시설로 이용한다”며 “실험용 경수로 근처에 만든 펌프시설을 원자로에 연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충했다는 지난달 보도에 이어 핵 능력을 진전시키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북한 원자력총국은 지난 4월 “현존 핵시설들의 용도를 (핵무력 증강 및 경제 건설) 병진 노선에 맞게 조절·변경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라늄 농축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함께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했던 5㎿ 흑연감속로를 재정비·재가동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과 직접 대화 및 6자회담에 소극적인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압박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있지 않은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오히려 대화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하어영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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