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1명 현장에서 사살, 1명은 도주중
백악관과 4㎞ 거리… ‘9·11’ 직후 발생 ‘충격’
백악관과 4㎞ 거리… ‘9·11’ 직후 발생 ‘충격’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복판에 있는 해군 복합시설(네이비 야드) 내 시스템사령부 건물에서 총격이 발생해 적어도 13명이 숨졌다고 미국 해군이 16일(현지시각) 밝혔다. 총격을 한 무장 괴한은 현장에서 숨졌으며, 한명은 도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시장과 경찰 당국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중상자가운데 1명이 병원에서 숨졌다면서 이로써 총 사망자는 13명이라고 확인했다.
미국 해군과 국방부 등은 이 사령부 건물에서 흑인으로 추정되는 괴한이 이날 오전 8시20분께 최소 세 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졌다.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의 캐시 레이니어 국장은 알렉시스가 경찰 등과의 교전 끝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군과 연방수사국(FBI)은 숨진 용의자가 텍사스주 포트워스 출신의 아론 알렉시스(34)로, 지난 2007년부터 해군에서 상근 예비역으로 근무한 뒤 2011년1월 말 하사관으로 전역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애초 총격자는 이 괴한 말고도 적어도 두 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주 용의자 가운데 1명은 신분이 확인돼 혐의를 벗었으며, 이에 따라 군복 양식의 녹색 옷을 입은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인된 사망자에는 경찰 2명과 여성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긴급 요원들이 투입됐고 근무자에 대한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군 병력과 경찰 등이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에이피>(AP) 통신에 “한 괴한이 해군 시스템 사령부 4층 외부 통로에서 1층 카페에 있는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시엔엔>(CNN)에 “총격을 가한 사람은 키가 컸고 검은 피부였다”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해군 복합시설에는 약 3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출입을 할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목격자들은 이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설에는 함정과 잠수정 등의 건조와 유지·보수를 맡는 해군시스템사령부와 해군참모총장 숙소 등이 있다. 포토맥 강으로 흘러드는 애너코스티아 강변에 있는 이 시설은 미국 의회와는 불과 1㎞, 백악관과는 4㎞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사 모나코 국가안보 및 대테러 보좌관과 얼리사 매스트로모나코 비서실 차장 등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국방부 및 군 최고 지휘관들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해군체계사령부는 출근 전인 직원들에게 집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으며, 주변 학교에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은 9·11 테러 발생 12돌에 즈음해 미국 주요 도시 전역의 치안이 강화된 상태에서 미국 수도의 군 시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워싱턴 동남지역 일대 교통이 완전히 통제되고 인근 의사당 경비가 강화됐으며 워싱턴 내 레이건 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한때 금지되기도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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