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등 아시아 순방 모두 취소
공화 하원의장 “디폴트는 막을것”
공화 하원의장 “디폴트는 막을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의 영향으로 다음주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등 아시아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각) 밤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폐쇄에 직면한 상황에서 외국 순방에 나서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렇게 결정했다”며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와 8∼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순방 일정을 취소하면서도 이들 일정은 소화할 방침이었으나 정부 폐쇄 조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아시아 순방 일정 전체를 취소하게 된 것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중동과 미국 내부의 불안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피할 수 있는 정부 폐쇄 조처가 세계 최대 신흥 지역에서 수출 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미국의 이익 증진을 저해하고 있다”며 공화당을 비난했다.
한편,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미국은 의회가 17일까지 부채 한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베이너 의장은 3일 같은 당 의원들에게 “연방정부의 디폴트를 막기로 결심했으며 양당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표결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의원은 “베이너 의장이 부채 한도 증액안 통과를 위해 필요하다면 ‘해스터트 룰’(Hastert Rule)을 깰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스터트 룰은 공화당이 과반 지지가 없는 사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베이너 의장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연방정부 폐쇄와 달리 부채 한도 증액 실패는 미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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