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여론 등 떼밀린 공화당
오바마 만나 부채한도 증액 제안
내년 예산 관련 타협안도 조율
오바마 만나 부채한도 증액 제안
내년 예산 관련 타협안도 조율
내년 예산안과 국가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의원들간의 정쟁이 해결될 수 있는 돌파구가 10일(현지시각) 열렸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 대표단 20명은 이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정적자 감축안 협상을 한다는 조건으로 6주간 국가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안했다. 양쪽은 이날 회동에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으나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90분간의 회동에 대해 공화당은 “유용하고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좋은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길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쪽의 정확한 입장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조처도 끝낼 것을 공화당 쪽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부채한도 증액만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려던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포괄적인 예산 협상을 위한 조건에 합의한다면, 이르면 다음주 초에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쪽은 이번 주말에 내년 예산안 관련 타협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회동에 앞서 장을 마감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2.2%나 급등하는 등 타협안 마련 가능성에 환호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하원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 쪽은 사실상 ‘승리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1주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협상을 제안한 것은 공화당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전통적인 지지층인 기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저널>과 <엔비시>(NBC) 방송이 7~9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비율이 53%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3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1995년~96년 셧다운 때보다 공화당에 대한 여론이 더 나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공화당 이미지는 이 조사가 시작된 1989년 이후 최악으로 나빠져, 부정적 이미지가 긍정적 이미지보다 2배나 많았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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