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한시적 증액 등 처리
국가 부채 한도 소진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미국 의회가 극적으로 재정 협상을 타결해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또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16일간 이어진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도 풀렸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은 신용평가사로부터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받고, 기축통화국으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받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미국 상원은 16일 밤(현지시각) 민주-공화 두 당 협상 대표들이 마련한 타협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1, 반대 18로 통과시켰다. 이어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하원도 상원에서 통과한 안을 찬성 285, 반대 144로 가결 처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새벽 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국가 부채 한도를 내년 2월7일까지 증액하고, 내년 예산안은 내년 1월15일 집행분까지 승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두 당은 중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축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꾸려 올해 12월13일까지 합의안을 이끌어 내기로 했다. 상원의 민주-공화당 원내대표들인 해리 리드와 미치 매코널은 이날 오후 11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뒤 그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도 예산 및 재정 현안 처리를 내년 초까지 한시적으로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해 정치권의 갈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밤 성명을 통해 의회의 타협에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우리는 위기를 통한 통치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은 이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상원 타협안에 대한 투표를 막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이번 사태를 끝내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그는 “상원 합의안을 막는 것은 우리의 전술이 아니다”라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도 하원 표결 결과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찬성표(87명)보다 반대표(144명)가 더 많이 나왔다. 이는 티파티운동 소속의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목표로 했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폐지 또는 연기가 이번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16일 협상 타결 소식에 1.4% 급등하고, 전날 급등했던 재무부 단기 국채 수익률도 하락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