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고위급 장교와 군범죄수사국 요원 등이 선박 관리 용역 업체와 유착해 뇌물·향응을 받은 대규모 스캔들에 휘말렸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20일 전했다.
이 신문 온라인판은 이날 법원 자료를 인용해 “미 해군 7함대 소속 구축함 함장으로 복무한 마이클 미시위츠 중령, 해군범죄수사국 고위급 요원인 존 벨리보, 싱가포르의 선박관리 용역 업체 글렌디펜스마린아시아의 레너드 프랜시스 사장 등이 뇌물과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해군 함정이 정박하면 연료를 공급하고 청소를 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 용역을 제공한다. 법원 자료를 보면, 관련 비용을 부풀려 부당 청구한 소수 사례에 한정해도 미 해군 피해가 1000만달러(약 106억원)를 넘어섰다. 이 업체가 20년 이상 용역을 제공했으며, 2011년 이후 체결한 계약규모만 2억달러(약 2124억원)이고 조사가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 금액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 누리집을 보면 30여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국 해군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랜시스 사장은 지난 2011년 3월 미시위츠 중령 등이 사흘간 싱가포르를 방문할 일정을 잡자 4명의 성매매 여성을 고용했으나, 당시엔 쓰나미 사태로 방문이 취소됐다. 이후 둘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에선 미시위츠 중령이 “일본 여성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여성을 동반해 타이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 콘서트에 참석하도록 접대하는 등 성 상납 의혹이 짙은 상황이다. 또 벨리보는 2010년 해군범죄수사국이 이 업체 수사에 착수한 뒤 정기적으로 수사 상황을 전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