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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카리브해 14국, 노예무역 사과·배상 추진

등록 2013-10-21 19:55수정 2013-10-21 21:14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 계획
증언할 피해자 없어 비관적
1781년 9월 영국 리버풀의 노예무역선 ‘종호’가 아프리카를 떠났다. 자메이카로 가려고 대서양을 건너던 이 배는 너무 많은 노예들을 실은 탓에 두달 만에 물과 일부 보급품이 바닥났다. 선원들까지 다 죽겠다고 생각한 선장은 사흘 동안 133명의 흑인 노예를 바다에 버렸다. 2년 뒤 종호의 선주는 이 사건으로 입은 손실을 보상해달라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노예들을 수장한 행위가 보험 약관의 위급 상황에서 배를 구하려고 ‘화물’을 버린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살인’을 ‘화물 투하 행위’로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14개 국가가 17~19세기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노예 가혹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사과·배상을 요구하려 한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1950년대 영국 식민통치 때 고문받은 케냐인들의 배상 소송을 승리로 이끈 런던의 변호사들을 고용했으며, 곧 서구 식민국가들의 범행 목록을 만들 계획이다.

카리브해 국가의 변호를 맡은 영국 법무법인 ‘레이 데이’의 변호사 마틴 데이는 “내년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 소송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서 다루게 된다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국은 300만여명의 아프리카인을 대서양을 건너 실어날랐다. 역사가들은 빅토리아여왕 시대엔 부유한 영국인들의 20%가량이 노예제 덕에 부를 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1807년 노예제를 불법화했으나 이후에도 암암리에 노예제가 유지됐다. 영국 정부는 1833년에도 노예제 불법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한다며 당시 정부 지출의 40%에 해당하는 2000만파운드를 노예주들에게 지급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카리브해 국가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짚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라우터파흐트 국제법센터 부소장인 로저 오키프는 “범행 당시에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면 배상이 가능하지만 노예제는 당시 국제법적으로 불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젠 법정에서 증언할 피해자들도 없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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