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케리-왕이 면담때 협의
재개 방안·협상뒤 일정 담길듯
미, 북 비핵화 진정성 요구하고
북 ‘조건없는 대화’ 주장은 여전
재개 방안·협상뒤 일정 담길듯
미, 북 비핵화 진정성 요구하고
북 ‘조건없는 대화’ 주장은 여전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29 합의 결렬 이후 북한과 직접 대화를 중단한 미국이 중국의 중재로 6자회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돼, 앞으로 북핵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27일 “최근 중국이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요청하고, 북한이 비공식 회의 등을 통해 9·19 공동성명에 복귀할 뜻을 밝힌 데 대해 미국이 중국 쪽에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로드맵에는 6자회담을 어떤 방식으로 재개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이를 협의했다”며 “서로 (의견) 교환을 했고 의문 사항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로드맵에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협상 시작에 앞서 취해야 할 조처는 물론 사후 이행 일정표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때도 당사국들이 동시에 이행해야 할 사항들을 로드맵으로 만든 바 있다.
미국 쪽은 중국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보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최근 재가동된 것으로 알려진 5메가와트 원자로 등 영변 핵시설이 동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을 진행하겠느냐는 것이다.
사후 이행과 관련해선, 과거 실패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협상 타결이 되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제네바 기본합의와 9·19 공동성명 때는 이행 기간이 너무 길어 정세가 나빠지면 이행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도 “협상이 시작되면 빠른 시간 안에 비핵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그래야 안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내용은 실제 협상에서 결정되겠지만, 사전에 개략적인 이행 기간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건은 ‘전제조건 없는 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북한은 최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전제조건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케리 국무장관 회담에서 6자회담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공은 북한 쪽에 있다는 우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에 사전조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북·미의 기존 태도가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2·29 합의 때는 북한과 미국이 양자대화를 통해 협상의 돌파구를 찾은 반면에, 이번에는 중국이 나서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보라는 점에서 그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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