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 사진 공동취재단
보즈워스 전 미 국무부 특별대표
“9·19 공동성명뿐 아니라
2·29 합의도 복귀할 뜻 밝혀…
대화전 아니라 시작단계서
신뢰구축조처 할수있다 표명”
“9·19 공동성명뿐 아니라
2·29 합의도 복귀할 뜻 밝혀…
대화전 아니라 시작단계서
신뢰구축조처 할수있다 표명”
북한이 반관반민 방식의 비공식 대화(1.5트랙)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한국과 미국이 제기하는 민감한 이슈들도 협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베를린과 런던 회의에 모두 참석해 북쪽 당국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스티븐 보즈워스(사진) 전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는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준비가 아주 잘돼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보즈워스 전 대표는 북한은 9·19 공동성명뿐만 아니라, 2·29 합의에도 복귀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북-미 대화 및 6자회담에서 포괄적인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할 뜻이 있으며, 대화 재개를 위해 신뢰구축 조처를 취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신뢰구축 조처는 대화 전이 아니라 대화 재개 시작 단계에서 취할 수 있음을 표명했다고 한다.
물론, 북한의 이런 전향적인 태도는 협상을 통해 반대급부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북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해달라는 것이다. 보즈워스 전 대표는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그들이 포괄적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이 재개되려면 첫 단추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북-미 등 협상 당사국들 간에 신뢰가 거의 바닥 상태인 탓이다. 그래서 미국은 대화 전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조처를 취하라고 북한 쪽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보즈워스 전 대표와 로버트 갈루치 전 차관보가 <뉴욕 타임스> 공동 기고문에서 협상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이 방안은 북-미 양국에 조금씩 양보하라고 제안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전제조건의 문턱을 낮추고, 북한은 신뢰구축 조처를 대화 전에도 일부 취하라는 것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북한 쪽이 취할 신뢰구축 조처에 ‘우주발사체’를 포함한 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을 포함시킨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 문제는 지난해 2·29 합의가 결렬된 결정적인 이유여서 북한 쪽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반면 미국 쪽에는 이른바 사전조처로 요구하는 ‘2·29+알파(α)’에서 알파 부분을 빼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는 우라늄 농축 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관측돼 왔다.
전직 관료들인 두 사람의 제안에 현 오바마 행정부의 의중이 담겼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정통한 이들이 최근 북한 관료들을 만난 뒤 오바마 행정부와 의견을 교환했을 것인 만큼, 오바마 행정부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런 제안을 내놨으리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들의 제안은 앞으로 미-중 간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로드맵 작성과 북-미 간의 물밑 대화 때 이견을 좁히는 징검다리 노릇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된다.
글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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