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디니스타 지지한 개혁파
더블라지오가 시장에 당선
젊은 시절엔 사회주의 심취
니카라과 혁명단체 지원활동
심각한 소득불평등 완화 위해
최상위층 소득세율 인상 공약
더블라지오가 시장에 당선
젊은 시절엔 사회주의 심취
니카라과 혁명단체 지원활동
심각한 소득불평등 완화 위해
최상위층 소득세율 인상 공약
최근까지도 미국 정계의 무명이었던 진보 성향 개혁파 빌 더블라지오(52·민주당) 후보가 5일 미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뉴욕 시장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더블라지오 후보는 이번 선거전 내내 공화당 경쟁 후보로부터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20대 때 니카라과의 무장혁명단체로 나중에 집권까지 했던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의 추종자이자 조력자로 활동했다. 컬럼비아대에서 중남미 정치 전공으로 석사를 마친 그는 1987년 산디니스타 정부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던 시민단체의 활동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6살이던 1988년에 그는 니카라과에 식량과 의약품을 배급하고자 10일간 자원봉사를 떠났다. 이때 그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산디니스타 정부가 교육·토지·건강보험 등을 개혁하는 것을 보고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뉴욕에 있는 ‘산디니스타 연대 네트워크’에 가입해 산디니스타를 위한 모금 운동과 이 단체의 신문 구독 운동도 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산디니스타 정부를 무너뜨리고자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고 있던 시절이라 산티니스타 지원은 반미 운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1989년 데이비드 딩킨스 뉴욕시장 후보 캠프에 참여했으며, 딩킨스가 시장이 되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시민운동가로 일하게 된다. <뉴욕 타임스>는 “이때쯤 그는 정부를 통해 사회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1997년에는 뉴욕 주택도시부 지역국장으로 임명됐고, 2000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직접 선거에 뛰어들었다. 2001년 그는 뉴욕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돼 3차례 연임했다. 재임 당시 그는 세입자 차별 금지 법안, 저소득층 주택보조 법안 등 빈곤층을 위한 활동에 주력했다. 2009년부터는 뉴욕시 옴부즈맨이라 할 수 있는 공공옹호관에 당선됐다.
그는 이번 선거전에서 유아원 시설을 늘리기 위해 소득 최상위층의 소득세율을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정책을 예고했다. 또 금융규제 법안도 적극 옹호하고 있어 월가 경영자들은 선거 캠페인 때부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셜레인 매크레이는 흑인이며 더블라지오보다 7살 연상에 한때 동성애자였던 작가이자 시민운동가다. 행복한 ‘다문화 가정’을 이룬 더블라지오 일가의 모습은 뉴욕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더블라지오의 당선은 지난 20년간 루돌프 줄리아니와 마이클 블룸버그라는 친기업 성향 시장의 재임 기간에 소득 불평등 심화와 주거환경 악화, 잦은 불심검문 등에 시달린 뉴욕 시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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