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유착관계 취재뒤 보도안해
중 고위층 자녀 특혜취업도 눈감아
편집장, 나치시대 언론사례 들며
“보도시 중국서 쫓겨날수도 있다”
수익악화 따른 눈치보기 분석도
중 고위층 자녀 특혜취업도 눈감아
편집장, 나치시대 언론사례 들며
“보도시 중국서 쫓겨날수도 있다”
수익악화 따른 눈치보기 분석도
미국 <블룸버그뉴스>가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취재했다가 보도하지 않아 ‘중국 눈치보기’ 자체 검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의 매튜 윈클러 편집장은 최근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기사를 보도하지 말도록 일선 기자들에게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윈클러 편집장은 지난달 말 중국 정치국 전·현직 상무위원들과 재계 유명인사 사이의 유착관계를 다룬 기사를 본사에 송고했던 홍콩지국 기자 4명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당시 통화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윈클러 편집장이 ‘우리가 이 기사를 내보내면 중국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특히 윈클러 편집장은 나치 독일 시대에 외국 언론은 독일 내부 사정에 대한 취재가 차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사 수위를 조절했다는 예를 들면서, 이번 조처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기사를 내보내지 않기로 한 것은 회사의 수익 등을 염려한 것이 아니라 자사 기자들이 중국에서 계속 취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쯤 뒤에는 중국 고위층 자녀들이 미국 유수의 금융회사에 특혜 취업한 것과 관련된 기사도 취재됐으나 보도되지 못했다. 당시 사측은 기사 내용을 입증할 만한 증거와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지 않는 것은 수익 감소 등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그 가족들의 재산 문제 등을 잇따라 보도해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후 <블룸버그>의 중국 기업에 대한 뉴스단말기 판매 수익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다음달 <블룸버그>의 모회사인 블룸버그엘피(LP)의 대니얼 닥터로프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기로 예정된 것도 이번 자체 검열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현재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상주 특파원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으며, 두 언론사의 중국 내 인터넷 사이트도 1년 이상 폐쇄해 놓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의 이런 ‘외국 언론 길들이기’ 조처가 먹혀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윈클러 편집장은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 “해당 기사들은 거부된 게 아니고 살아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미국 국적인 폴 무니 <톰슨 로이터> 기자의 상주 특파원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8년간 베이징에서 취재를 해온 중국통인 무니 기자는 지난해 비자 만료로 미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비자 신청을 했으나, 8개월을 기다린 끝에 거부 통보를 받았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이유를 말하는 것도 거절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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