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잠정타결 이어 시리아 평화회담도 시동
“포스트 9·11의 종결”…대북정책에 영향 끼칠 듯
“포스트 9·11의 종결”…대북정책에 영향 끼칠 듯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을 기점으로 군사력 활용에서 외교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특히 이란·시리아 등 적성국들과 과감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각)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에 이어 25일에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시리아 평화회담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1월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시리아 평화회담은 형식적으론 유엔이 주관하지만 사실은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란 핵협상과 시리아 평화회담의 동시 진행은 외교가 다시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이 됐음을 생생히 보여준다”며 “이런 외교 활동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이슬람 테러단체들과의 전쟁이 지배한 ‘포스트 9·11 시대’의 확실한 종결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들 협상을 진행하며 역대 미국 행정부들이 추진한 ‘정권 교체’ 방식과 달리 ‘적’의 실체를 인정하고 직접 협상하는 매우 실용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에선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급 관리들을 제3국인 오만에 여러 차례 비밀리에 파견해 타협점을 찾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시리아 평화회담 관련 성명에서 “시리아에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며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평화적 해법을 모색할 뜻을 밝혔다.
이런 접근법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후보 시절 천명한 대외정책 기조로 복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당시 “적들과도 단호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연설에서 “내가 대통령에 출마할 때 국제사회에서 미국 리더십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이며 10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세계와 새로운 관여의 시대를 시작할 때라고 말한 것을 여러분은 기억할지 모른다”며 “나는 내가 말한 것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적들과도 명민하고 원칙적인 외교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는 외교의 문을 닫을 수 없고, 국제 문제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제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대선 공약을 미국민들에게 다시 상기시킨 셈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인 벤 로즈는 <뉴욕 타임스>에 “2009년에 우리는 두개의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 18만명의 군대를 투입하고 있었던 만큼 이후 많은 정책이 이를 종결시키는 것이었다”며 “우리는 군사적 측면에서 외교적 측면으로 대외정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에 참여한 로즈 부보좌관은 외교정책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중동 질서를 평화적으로 봉합하고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눈을 돌리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2년 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천명했으나 그동안 중동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자신의 최대 업적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이 시행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정치적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외정책 기조 변화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 핵협상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문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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