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 고교 재학중에 다른 도시로 옮기면 부담 될까봐…
윌슨 이후 90여년간 백악관 인근에 머문 전직 대통령 없어
윌슨 이후 90여년간 백악관 인근에 머문 전직 대통령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혐오증’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해왔다. 그는 연설에서 자신이 내건 정책들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정쟁에만 몰두하는 워싱턴 정계를 공개 비판해왔다. 그러나 정작 그는 2017년 1월 퇴임 뒤에도 백악관 근처에서 살 가능성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9일 부인 미셸과 함께 <에이비시>(ABC) 방송에 나와 “재선 임기가 종료되고 난 뒤 어디에 살지에 대해서는 작은딸 사샤(12)가 큰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퇴임 때 장녀 말리아(15)는 대학에 진학하지만 사샤는 여전히 고교 2년생이라 이사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셸과 나는 사샤가 대학에 가기 전까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재학 시기에 다른 도시로 학교를 옮기는 일은 사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사샤를 친구들한테서 떼놓는 건 무리한 일이 될 것이다. 아내와 두 딸은 이미 나를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뒤 거주지로 워싱턴과 함께 정치적 고향이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제3의 지역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대통령 내외가 계속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임기가 끝날 때쯤 결론이 나겠지만 역시 관건은 사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에 계속 살게 되면 1921년 퇴임한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 이후 9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 인근에 머무는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특히 임기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윌슨 전 대통령과는 경우가 다르다.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은 퇴임 뒤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워싱턴을 떠나는 게 불문율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 전역에는 훌륭한 여성 공직자가 많다. 미국이 머지않아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이 여성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셸은 “백악관 2층에 있는 대통령 가족 거처를 ‘신성한 안식처’로 지켜가려 한다”며 “특히 두 딸이 집에 있을 때는 외부 세계와 무관하게 딸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청소년들이 보지 말아야 할 것도 있고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들도 있다. 공공의 목소리에 너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사샤는 아직 소셜네트워킹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말리아에게는 사이트 접속을 허용하되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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