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변한 삶터 뉴올리언스 주민들이 31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집의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뉴올리언스/AP 연합
카트리나 피해현장 - 쓰레기 쌓이고 악취 진동… 전화도 끊겨
네살배기 제이슨은 허리케인을 피해 집을 떠난뒤 18시간동안 오렌지 주스 반컵과 말라빠진 크래커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이다. 엄마 테사(21)는 한 흑인 행상에게서 5달러(5천원)를 주고 음료수 한 캔을 샀다. 적십자가 미시시피주 걸프포트의 센트럴초등학교에 마련한 대피소에는 주민 275명이 피난와 있다. 음식이라고는 크래커와 곰팡이 냄새 나는 땅콩크림 샌드위치, 젤리가 전부다. 마실 물은 이미 바닥났다. 유·무선 전화가 모두 불통이어서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1일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아수라장이 된 걸프포트의 모습을 전했다. 멕시코만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은 외벽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길은 건물 잔해와 흙더미로 뒤범벅이었다. 물에 잠긴 양계장의 닭들은 뜨거운 8월의 열기에 썩어가고 있었다. 바깥 기온은 32℃가 넘지만,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 컴컴한 건물 안보다는 오히려 시원하다. 적십자 자원봉사자는 “발전기가 있지만 연료가 없어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건전지로 작동하는 라디오 옆에 옹기종기 모여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대피소 사람들은 거의 흑인이었다. 그들에겐 피난갈 차가 없었다. 제이슨 파울러(18)는 어린 세 자녀가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집에서 대피소까지 걸어오는 길에 남자 4명이 식수 한 통을 들고 있는 남자를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일자리도 없애 버렸다. 걸프포트의 가장 큰 고용주인 미시시피강변의 카지노들 대부분이 파괴됐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슈퍼돔?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 2만명 꽉찬 곳 악취 진동
물자 부족에 쓰레기 천지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던 미식축구 뉴올리언스 세인츠 구단의 경기장인 슈퍼돔이 감옥보다 더한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2만여명이 대피해 있는 이곳이 허리케인 피해 3일째가 되면서 물자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음식과 식수가 부족한데다 에어컨은 작동되지 않고, 몸을 씻지 못해 냄새도 진동한다고 전했다. 슈퍼돔 메인게이트 광장은 음식을 먹고 난 뒤의 종이접시가 산더미처럼 쌓여 썩고 있다. 슈퍼돔 안 복도나 통로는 쓰레기로 넘쳐난다. 이곳에 대피한 마이클 칠즈(45)는 “감옥에는 그래도 화장실도 있고 목욕탕도 있지만, 여기는 물도 화장실도 조명도 없다”고 말했다. 미시시피주 걸프포트의 센트럴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르포 기사를 통해 275명이 피난 와 있는 이곳에서 음식이라고는 크래커와 곰팡이 냄새 나는 땅콩크림 샌드위치, 젤리가 전부라고 전했다. 마실 물은 이미 바닥났다. 유·무선 전화가 모두 불통이어서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없다. 네살배기 제이슨은 허리케인을 피해 집을 떠난 뒤 18시간 동안 오렌지주스 반컵과 말라빠진 크래커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이다. 엄마 테사(21)는 한 흑인 행상에게서 5달러(5천원)를 주고 음료수 한 캔을 샀다. 물에 잠긴 인근 양계장의 닭들은 뜨거운 8월의 열기에 썩어가고 있다. 바깥 기온은 32℃가 넘지만,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 컴컴한 건물 안보다는 오히려 시원하다. 대피소 사람들은 거의 흑인이었다. 그들에겐 피난갈 차가 없었다. 제이슨 파울러(18)는 어린 세 자녀가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집에서 대피소까지 걸어오는 길에 남자 4명이 식수 한 통을 들고 있는 남자를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일자리도 없애 버렸다. 걸프포트의 가장 큰 고용주인 미시시피강변의 카지노들 대부분이 파괴됐다. 김학준 윤진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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