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외교협회·퓨리서치센터 조사
53%가 “미, 10년전보다 덜 강력”
52%는 “국내 문제 더 신경써야”
“불경기와 이라크·아프간전 후유증”
‘중국에 호의적’ 33%로 급락
한국 ‘동맹 중요도’ 9위로 올라
53%가 “미, 10년전보다 덜 강력”
52%는 “국내 문제 더 신경써야”
“불경기와 이라크·아프간전 후유증”
‘중국에 호의적’ 33%로 급락
한국 ‘동맹 중요도’ 9위로 올라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닌 영향력과 권위가 쇠락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미국인 비율이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국 문제에 간섭하기를 꺼리는 고립주의를 찬성하는 미국인 비율이 1964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와 미국외교협회(CFR)는 10월 말~11월 초 미국인 20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2013년 미국의 세계 지위’란 제목의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의 쇠락을 인정하며 외교정책에서 고립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미국이 10년 전보다 세계 지도국으로서 덜 중요하고 덜 강력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3%로 1974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에 이르렀다. 이는 2004년 20%, 2008년 41%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미국이 10년 전보다 세계 지도국으로서 더 중요하고 더 강력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과거보다 존경을 덜 받는다고 응답한 미국인 비율도 70%에 이르러,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08년(71%)과 비슷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 문제에만 신경을 써야 하고, 다른 나라 문제는 되도록 그들 스스로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응답한 미국인 비율이 52%로 1964년 같은 질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인 3명 중 1명 만이 여기에 찬성했다. 대신에 외교정책보다 국내정책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람이 8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인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어떤 구실을 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72%가 ‘지도력을 분담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제임스 린지 미국외교협회 수석부사장은 이에 대해 “국제주의에 회의하고 고립주의가 득세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넘게 전쟁을 치른 것이 피로증을 유발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외국 일에 너무 많이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경제 분야에서는 고립주의보다는 국제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인들이 완전히 고립주의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인 3명 중 2명은 미국이 국제경제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것이 미국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세계화에는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인들은 미국 회사가 외국에 나가는 것은 꺼리지만 외국 회사가 미국에 들어오는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므로 환영하는 편이었다.
중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일반인들의 중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2009년 50%에서 올해는 33%로 낮아졌다”며 “특히 조사에 응한 미국외교협회 회원들은 중국을 적 또는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비율이 같은 기간 63%에서 7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로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묻는 항목에서 한국의 위치는 최근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2005년 15위, 2009년 16위에서 올해는 9위로 높아졌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