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재앙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가 난 미국 미시시피주 빌록시에서 2일 경찰들이 강도 용의자를 찾던 도중 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빌록/AP 연합
‘부시 늑장대처’ 분노
최대피해 흑인 빈민 약탈 방화…정규군 진압나서
하원의장 “수십억달러 복구비 투입 재고” 불질러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고온 ‘뉴올리언스의 비극’이 유일 초강대국을 자부하는 미국의 가려진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재난 발생 1주일이 넘도록 주검 수습은 고사하고 주민 대피조차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고, 정규군까지 투입해 약탈과 방화 등 무법 상황의 진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희생자들 대부분이 저지대 흑인 빈민들로 알려지면서 연방정부의 늑장대처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해묵은 흑백갈등의 재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뉴올리언스의 재앙이 2기 부시 행정부에 ‘정치적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드러난 미국 안 제3세계=제3세계에서 일어나 자연재난처럼 빈곤층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최대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 흑인들은 뉴올리언스 인구의 3분의 2이며, 전체인구 48만명 가운데 3분의 1인 빈곤선 이하 빈곤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저지대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피신할 능력이나 이동할 차조차 없어 큰 피해를 봤다.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진 약탈과 방화는 부족한 생필품을 찾아나선 생존행위라는 지적이 있지만, 미국 사회에 잠재돼 있던 해묵은 인종 차별과 경제적 차별에 따른 분노가 일거에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인터넷 매체 <드러지리포트>는 “일부 흑인들이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생존자들의 절망감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일부 인사들까지 “이재민의 대부분이 가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기 때문에 백악관이 늑장대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에프페통신> 등은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말고도 흑백 인종갈등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방정부에 쏟아지는 비난=연방정부의 늑장대응과 부시 대통령 등 행정부 최고위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나흘이 지난 2일에야 뉴올리언스에 들렀다. 더구나 피해 현장은 방문하지도 않고 공항에서 겨우 시장만 만나고 돌아가버렸다.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긴 시각 딕 체니 부통령도 와이오밍에서 계속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뉴욕 맨해튼에서 7천달러 신발을 쇼핑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와 성토의 대상이 됐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은 1일 “또다시 허리케인의 공격목표가 될 이 도시에 수십억달러를 ‘수몰’시키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자문해 볼 시기가 됐다”고 말해 이재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레이 나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구호가 하루 지체될 때마다 수백명이 죽어나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시 대통령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토요일인 3일 이례적으로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생방송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구호활동을 위해 주방위군과 함께 현역군 부대의 추가 투입을 다짐했다. 그러나 뒤늦은 대처가 최근 바닥으로 떨어진 민심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구호활동 주도권을 놓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연방정부에 쏟아지는 비난=연방정부의 늑장대응과 부시 대통령 등 행정부 최고위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나흘이 지난 2일에야 뉴올리언스에 들렀다. 더구나 피해 현장은 방문하지도 않고 공항에서 겨우 시장만 만나고 돌아가버렸다.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긴 시각 딕 체니 부통령도 와이오밍에서 계속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뉴욕 맨해튼에서 7천달러 신발을 쇼핑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와 성토의 대상이 됐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은 1일 “또다시 허리케인의 공격목표가 될 이 도시에 수십억달러를 ‘수몰’시키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자문해 볼 시기가 됐다”고 말해 이재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레이 나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구호가 하루 지체될 때마다 수백명이 죽어나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시 대통령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토요일인 3일 이례적으로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생방송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구호활동을 위해 주방위군과 함께 현역군 부대의 추가 투입을 다짐했다. 그러나 뒤늦은 대처가 최근 바닥으로 떨어진 민심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구호활동 주도권을 놓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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