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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다리 위의 보복전’에 미 ‘대선잠룡’ 크리스티 발목 잡히나

등록 2014-01-10 20:15수정 2014-01-10 22:19

지지 거부한 시장 골탕 먹이려
고의 교통체증 유발로 시민 고통
측근들 모의 드러나 사과 ‘수모’
추가폭로·검찰수사 등 앞길 험난
“난 몰랐다” 했지만 이미지 타격
* ‘다리 위의 보복전’ : 브리지게이트

미국 공화당 대선 ‘잠룡’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쪽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 소속 시장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일부러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이른바 ‘브리지 게이트’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앞서기도 한 인물이어서 이번 사건이 차기 대선 판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 주민 6명은 9일(현지시각) 크리스티 주지사와 관련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브리지게이트란 크리스티 쪽에서 지난해 주지사 선거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는 포트리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에게 보복하고자 지난해 9월 뉴욕시와 포트리를 연결하는 주 도로인 조지워싱턴다리 진입로의 3개 차선 중 2개를 폐쇄해 고의로 교통체증을 유발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크리스티 쪽은 차선을 나흘간 폐쇄해 이 다리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고, 응급차량의 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했다. 이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한해 1억대에 이른다.

크리스티는 최근까지만 해도 이것이 ‘교통평가’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해왔으나, 그의 핵심 측근들이 고의로 저지른 것으로 9일 드러났다. 미국 언론들이 공개한 측근들의 이메일 내역을 보면, 부비서실장인 브리짓 앤 켈리는 지난해 8월13일 조지워싱턴다리를 관리하는 뉴욕·뉴저지항만관리청의 데이비드 윌드스타인 이사에게 “포트리에 교통 문제를 일으킬 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크리스티의 고등학교 친구인 윌드스타인은 “알았다”고 답신했다. 윌드스타인은 학생들이 고통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오자, 크리스티의 정적인 바바라 부오노 민주당 주지사 후보를 거명하며 “그들은 부오노 지지자들의 아이들”이라고 쓰기도 했다. 주지사의 선거캠페인 책임자였던 빌 스테핀은 이 사건을 덮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티는 이번 사건으로 자신의 리더십과 정직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자 9일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는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의 실체를 어제서야 알았으며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히려 “나는 오늘 매우 슬픈 사람이다. 지난 5년간 내가 믿어왔던 측근들이 나를 배신해 가슴이 아프다”며 자신도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측근들을 불러놓고 1시간 동안 이 사건에 대한 연루 여부를 물었으나 모두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그렇게 믿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켈리를 해고하고, 스테핀을 뉴저지주 공화당 의장으로 지명하려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히며 측근들의 잘못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읍소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크리스티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서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으나, 크리스티의 앞길은 험난하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의회가 이미 조사에 나서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검찰에서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티가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특히 그가 8일 이전에 이를 인지했는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가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다 해도 그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우선 부하직원들에 대한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그는 지금까지 당파를 초월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는데, 그의 측근들이 이번에 보인 행태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당파성이 매우 강한 인물일 수 있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말 <시엔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48% 대 46%로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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