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앞둔 일 ‘원전 저격수’ 고이데 히로아키(65) 교토대 교수
방한 앞둔 일 ‘원전 저격수’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교수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핵발전에 집착하는 나라들이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다.”
일본 교토대 원자로실험소의 고이데 히로아키(65·사진) 조교는 19일 한국 정부의 증핵(핵발전소 증설) 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일갈했다. 고이데 조교는 일본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원자력 전문가로 꼽힌다.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이후 반핵운동에 가담한 그는 원자력업계의 입김이 센 관련 학계에서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위해 40년 가까이 조교(우리나라 대학의 조교수)의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총리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완전 차단됐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하는 등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그는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공존의 과제, 탈핵-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수습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아베 ‘오염수 통제’ 발언 반박
일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원자력 전문가 첫 방한을 앞두고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고이데 조교는 “세계 원자력 시장을 견인해온 미국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많았던 때는 40년 전인 1974년이었고 (사고위험 및 안전비용 등의 문제로) 이후 계획중이거나 건설중이던 발전소조차 취소돼왔다. 유럽에서도 운전중이거나 건설 및 계획중인 핵발전소가 가장 많았던 1977년 이후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1988년에 157기에 이르던 핵발전소가 현재는 117기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2006년 운전중이던 55기를 피크로 가동 원전 기수가 줄어들어 왔기 때문에, 더 늘리는 나라는 드물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4일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원전을 현재 23기에서 최소 39기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전체발전량 30% 차지했던
핵발전소 모두 멈춰있지만
정전 일어난 적 한번도 없어” 도쿄도 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고이즈미·호소카와 두 전직 총리의 ‘탈원전’ 연대를 두고, 그는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나서야 많은 국민이 핵발전소의 문제를 깨닫게 됐고, 정치인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원자력이 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자민당 출신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탈원전’을 기치로 아베 총리에 맞서고 있는 현실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민주당 정권이 바람직한 핵발전소 비율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즉각 제로(0)’로 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시 민주당은 이를 2030년대, 더 정확히는 2039년까지로 미루면서 국민의 뜻을 거슬렀고, 결국 선거에서 참패했다.” “안전성 확인했다면서
도쿄 같은 곳에 설치 안해
늘 지방에 세워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권에 복귀한 자민당은 최근 도쿄전력의 원전 재가동을 전제로 한 재건계획을 승인했다. 고이데 조교는 “자민당과 전력회사를 포함한 산업계는 아직도 핵발전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한다. 이를 포기하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고, 이를 매개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일본 내에서 전체 발전량의 30%를 차지해온 핵발전소가 모두 멈춰 있지만, 정전이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수력·화력발전소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를 멈추면 전력회사 부채가 늘어나고 2조엔 규모의 핵산업만 곤란해질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수습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의 피폭도 계속될 수 있으며,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게 고이데 조교의 진단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이어지는 만큼 눈앞의 금전적 이익(낮은 발전단가)이 아닌 장기적 시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원전이 “철저하게 차별에 바탕을 두는 에너지”라며 ‘탈원전’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안전성을 확인했다면서도 정부는 도쿄 같은 대도시에는 핵발전소를 설치하지 않는다. 변두리 지역을 중심으로 어려운 지방재정구조를 이용해 저렴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지어왔다. 또 핵발전소 현장에서 피폭 노동의 90% 이상은 하청과 재하청 노동자에게 몰려 있다. 사고가 나면 누가 그 피해를 입겠는가.” 글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일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원자력 전문가 첫 방한을 앞두고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고이데 조교는 “세계 원자력 시장을 견인해온 미국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많았던 때는 40년 전인 1974년이었고 (사고위험 및 안전비용 등의 문제로) 이후 계획중이거나 건설중이던 발전소조차 취소돼왔다. 유럽에서도 운전중이거나 건설 및 계획중인 핵발전소가 가장 많았던 1977년 이후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1988년에 157기에 이르던 핵발전소가 현재는 117기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2006년 운전중이던 55기를 피크로 가동 원전 기수가 줄어들어 왔기 때문에, 더 늘리는 나라는 드물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4일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원전을 현재 23기에서 최소 39기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전체발전량 30% 차지했던
핵발전소 모두 멈춰있지만
정전 일어난 적 한번도 없어” 도쿄도 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고이즈미·호소카와 두 전직 총리의 ‘탈원전’ 연대를 두고, 그는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나서야 많은 국민이 핵발전소의 문제를 깨닫게 됐고, 정치인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원자력이 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자민당 출신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탈원전’을 기치로 아베 총리에 맞서고 있는 현실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민주당 정권이 바람직한 핵발전소 비율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즉각 제로(0)’로 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시 민주당은 이를 2030년대, 더 정확히는 2039년까지로 미루면서 국민의 뜻을 거슬렀고, 결국 선거에서 참패했다.” “안전성 확인했다면서
도쿄 같은 곳에 설치 안해
늘 지방에 세워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권에 복귀한 자민당은 최근 도쿄전력의 원전 재가동을 전제로 한 재건계획을 승인했다. 고이데 조교는 “자민당과 전력회사를 포함한 산업계는 아직도 핵발전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한다. 이를 포기하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고, 이를 매개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일본 내에서 전체 발전량의 30%를 차지해온 핵발전소가 모두 멈춰 있지만, 정전이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수력·화력발전소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를 멈추면 전력회사 부채가 늘어나고 2조엔 규모의 핵산업만 곤란해질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수습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의 피폭도 계속될 수 있으며,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게 고이데 조교의 진단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이어지는 만큼 눈앞의 금전적 이익(낮은 발전단가)이 아닌 장기적 시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원전이 “철저하게 차별에 바탕을 두는 에너지”라며 ‘탈원전’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안전성을 확인했다면서도 정부는 도쿄 같은 대도시에는 핵발전소를 설치하지 않는다. 변두리 지역을 중심으로 어려운 지방재정구조를 이용해 저렴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지어왔다. 또 핵발전소 현장에서 피폭 노동의 90% 이상은 하청과 재하청 노동자에게 몰려 있다. 사고가 나면 누가 그 피해를 입겠는가.” 글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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