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마리화나, 술보다 덜 위험”

등록 2014-01-20 20:22수정 2014-01-20 22:18

콜로라도 등 2개주 합법화 인정
“흡입시 소수 인종만 처벌 가혹
차별 관행 개선하는 계기 되길
나쁜 습관·건강 위험 권장 안해
연방 차원 합법화 고려하지 않아”
“개별 소비자한테 끼치는 영향 측면에서 보면 마리화나가 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마리화나 합법화와 관련해 이렇게 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마리화나 흡연이 나쁜 습관이지만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의 마리화나 합법화 조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견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0대 때 자신이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일화가 소개된 전기작가 데이비드 마라니스의 책 <버락 오바마: 스토리>을 언급하며 “나도 어릴 때 마리화나를 피워봤지만, 그냥 나쁜 습관이나 비행 정도로 여긴다.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내가 마리화나 흡연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 딸들에게도 나쁜 생각이고 시간 낭비이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걸 나쁜 습관이라고 말하면서도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의 합법화는 실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는 점이다. 그는 이를 소수계 인종 청소년들에 대한 불공정한 처벌 관행과 연결지었다. 그는 마리화나 흡연과 관련해 불평등한 체포 통계를 인용하며 가난하거나 소수 인종의 청소년이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산층 자녀들은 마리화나 흡연 때문에 감방에 가지 않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감방에 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두개 주의 합법화와 관련해 “사회가 많은 사람들이 한두번쯤 법을 어기고 일부만 처벌을 받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것(합법화)이 계속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개 주의 합법화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연방법에서 금지돼 있는 마리화나 소지·흡연을 전면적으로 합법화할 생각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자칫 마리화나 합법화가 중독성이 더 강한 코카인·헤로인 등 마약류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마리화나가 완전히 합법화하면 일각에서 ‘코카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치아를 썩게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보드카보다 더 해롭지도 않으니 한 모금 마시는 게 어떠냐’는 식의 논리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미국 연방법은 헤로인과 마찬가지로 마리화나를 불법 마약으로 규정하고 소지하기만 해도 최대 5000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일부 주의 마리화나 합법화 추세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는 마리화나가 범죄 집단의 소득 창출 수단으로 쓰이거나 미성년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엄격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각 주에 권고했다.

한편, 콜로라도·워싱턴주에 이어 알래스카주와 콜롬비아특별구(수도 워싱턴) 등 2개 주도 기분 전환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검토하고 있다. 18개 주는 현재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하고 있다. 관련 산업계는 합법화 지역이 늘어나면 미국의 마리화나 산업이 지난해 15억달러에서 2018년에는 60억달러로 급팽창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우루과이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이에 대해 유엔 산하 국제마약통제위원회는 국제사회가 1961년 마리화나를 의료용·연구용으로만 사용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국제 협정을 위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