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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카트리나가 벗긴 미국치부 ‘빈부 격차’

등록 2005-09-05 19:26수정 2005-09-05 19:52

뉴올리언스 빈민가 1/3은 차 없어 피난도 못가 이재민 처지도 있는자 없는자 하늘과 땅 차이 “최대 피해 흑인 빈곤층 방기” 정부 비난 봇물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빚어낸 ‘뉴올리언스의 재앙’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곤층일수록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분배를 소홀히 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우린 부랑자가 아니다. 다만 차가 없어 못 떠났는데 그게 우리 잘못인가?” 어린 두 자녀와 함께 부서진 집에 갇혀 있다가 5일 만에 구조된 샤도니아 토머스(27)는 <에이피통신>과의 회견에서 피신하지 못한 사정을 하소연했다.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주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미국 전체 평균보다 1만달러가 적은 3만2000달러 수준이다. 특히 가장 피해가 큰 뉴올리언스의 도심 빈민가는 75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4집 중 3집이 빈곤선 이하이고, 3집 중 1집은 이동할 차량이 없다. 이들 대부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다.

카트리나 피해지역 빈곤 상황
카트리나 피해지역 빈곤 상황

5일 <뉴욕타임스>는 뉴올리언스의 두 가족을 통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머나먼 간극을 보여줬다. 케이넬 포레토(51) 가족은 4대의 차량에 옷가지뿐 아니라 시원한 음료까지 싣고 피신해 인근 도시에 집을 임대해 살고 있다. 반면, 공항 외곽에서 병들고 굶주린 네 아이와 함께 피난한 트레이시 잭슨(24) 가족은 오갈 데가 없는 형편이다. 포레토네는 신용카드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잭슨네는 거의 유일한 재산인 2000달러 현금까지 날려버려 빈털터리다.

부익부 빈익빈 정책 탓?=부시 행정부는 1기 집권기간 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한 감세정책 등이 부자들의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회복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책의 결과는 대체로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미국내 빈곤층은 4년 연속 늘어 3700만명(12.7%)에 달했다. 가구 수로 볼 때도 2003년에 760만가구에서 2004년엔 790만가구로 늘었다.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2기 들어 추진하고 있는 추가적인 감세정책과 사회보장의 민영화가 진전되면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다음주부터 상속세 폐지를 위한 법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위 2%의 부자들을 위한 이런 정책으로 10년 동안 1조달러에 달하는 국가재정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부시 행정부는 세수 감소분을 연방소비세 신설 등을 통해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추진하는 사회보장의 민간 이양 역시 국민들의 노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5일 부시 행정부는 공공의 복지에 기여하는 연방정부의 기능에 대해 이념적으로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다며 카트리나 재난 이후 부시 행정부가 보여준 ‘마비증세’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9·11 테러 이후 테러에 대비한다면서 연방비상관리청을 축소해 재난대비에 소홀히 한 점을 비판했다.


이밖에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 빈곤층을 방기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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