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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우디 앨런 ‘양딸 성추행’ 의혹 “부인못할 10가지”

등록 2014-02-09 14:54수정 2014-02-09 22:55

영화감독 우디 앨런
영화감독 우디 앨런
앨런 ‘의혹 부인’ NYT 기고문에
사건 취재해온 잡지 기자 반박
“앨런 ‘소아성애’ 치료 받았고
관련 진술 오락가락 신빙성 의심”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주장이 담긴 기사들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우디 앨런이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양녀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1992년 사건 당시부터 이를 취재해 온 한 기자가 ‘진실’을 밝히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베니티 페어>의 마우린 오스 기자는 같은날 ‘우디 앨런 성추행 의혹의 부인할 수 없는 10가지 사실’이라는 기사에서, 경찰·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디 앨런 쪽의 반박을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오스 기자는 1992년과 2012년에 이 사건과 관련된 장문의 심층취재 기사를 쓴 바 있다.

오스 기자의 기사를 보면, 1992년 딜런의 폭로가 수사기관과 세상에 알려지기 전 수상하기 짝이 없는 우디 앨런의 행태들이 등장한다. 앨런은 딜런의 폭로 전 이미 ‘딜런을 향한 부적절한 소아성애 행동’ 탓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아 패로는 사건 전부터 자녀들을 돌봐주는 보모들에게 “딜런을 결코 앨런과 단둘이 두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디 앨런이 제기한 양육권 소송을 맡았던 엘리엇 윌크 판사의 판결문에도 앨런의 부적절한 행동이 언급된다. 윌크 판사는 33쪽짜리 판결문에서 “극도로 부적절한 방법들로부터 그녀(딜런)를 보호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윌크 판사는 또 딜런이 두세살 무렵에 있었던 앨런의 행동에 대한 미아 패로의 불안도 언급했다. 판결문에는 패로가 앨런에게 “당신은 그녀(딜런)를 성적으로 본다. 당신은 그녀를 애무한다. 당신은 그녀에게 숨쉴 곳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그녀가 벌거벗었을 때 그녀를 본다”고 말한 사실이 언급돼 있다.

피해자인 딜런의 주장은 성추행 당일의 상황을 증언한 성인 세명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한 보모는 경찰에서 “앨런과 딜런이 (사건 당일) 15~20분간 (다락방으로)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이 보모는 “딜런이 스스로 성추행 피해를 말하기 전까지, 앨런과 딜런이 사라졌었다는 사실을 패로에게 말한 적이 없다”며 미아 패로가 어린 딸의 기억을 조작했다는 우디 앨런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다른 베이비시터는 경찰에서 “앨런이 딜런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당시 딜런은 “텅빈 표정으로 텔레비전 쪽을 응시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고 이 보모는 말했다. 우디 앨런 가족의 프랑스어 가정교사는 경찰에서 “그 날, 딜런이 원피스 안에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우디 앨런의 당시 행태와 진술은 의문투성이다. 딜런은 다락방에서 우디 앨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우디 앨런은 처음에 조사관들에게 “다락방에는 한번도 간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가, 다락방에서 그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자 “한두번 정도 다락방에 머리를 내민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조사관들은 우디 앨런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런가 하면, 우디 앨런은 코네티컷주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다. 대신 우디 앨런은 자신의 법률팀이 고용한 사람으로부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우디 앨런이 “딜런은 성적으로 학대받지 않았다”는 증거로 인용한 보고서 역시 20년 전부터 신빙성을 의심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우디 앨런이 인용한 보고서는 예일-뉴헤븐병원 아동성폭력클리닉의 조사 결과다. 당시 이 보고서는 어린 딜런이 사실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증인석에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됐다. 패널은 사회복지사 2명과 그 보고서를 승인한 소아과의사 존 레벤달 박사로 구성됐다. 하지만 오스 기자는 “레벤달은 한번도 딜런을 검진한 적이 없다”며 결국 어떤 소아과의사나 정신과의사들도 그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은 셈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딜런이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적고 있다. 가령 딜런이 “다락방에 죽은 머리들이 있다”고 진술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다락방에는 미아 패로가 영화에서 썼던 가발들이 보관돼 있었고, 따라서 이를 딜런의 환상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오스 기자의 주장이다. 당시 사건을 맡은 경찰과 검사, 판사도 이 보고서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레벤달 박사 역시 나중에 자신이 승인한 보고서 내용을 철회했다.

우디 앨런은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장문의 기고문 통해 결백을 주장하면서, 화살을 증오심에 휩싸인 전 부인 미아 패로한테로 돌렸다. 우디 앨런은 성추행이 없었다고 결론 내린 예일-뉴헤븐병원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조사 결과는) 앨런이 딜런을 성추행하지 않았고, 연약하고 스트레스가 심했던 7살 아이가 패로의 코치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딜런 패로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7살 때 우디 앨런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다시금 폭로해 논쟁을 촉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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