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서식지 보호 나서기로
환경오염·남획으로 멸종 위기
환경오염·남획으로 멸종 위기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이 마스코트인 ‘세띠아르마딜로’ 구하기에 돌입했다.
브라질 정부는 2012년 브라질 남동부 지역의 고유종인 세띠아르마딜로를 활용해서 만든 마스코트 ‘풀레코’를 발표했다. 세띠아르마딜로는 몸이 골질의 등딱지로 덮여 있는 아르마딜로과 20종 중에서 특히 등딱지에 줄이 세개인 아르마딜로종이다. 무리지어 생활하며 낮에는 자고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인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말 수 있다. 원래 밝은 갈색을 띠고 있으나, 마스코트인 ‘풀레코’는 브라질 국기색을 본따 노란 몸통에 초록 눈, 파란 등딱지를 갖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2일(현지시각) “브라질 정부가 올 연말까지 세띠아르마딜로를 구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환경부는 “아르마딜로의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사냥을 계속하면 멸종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특히 마스코트를 활용한 티셔츠나 기념품 수익을 세띠아르마딜로 보호 기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정부는 애초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내몰린 세띠아르마딜로를 마스코트로 선정하면서, 각종 수익사업 이익으로 세띠아르마딜로 보호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었다. 풀레코라는 이름도 포르투갈어로 축구(푸테보우·Futebol)와 환경(이콜로지아·Ecologia)’의 합성어다. 풀레코 선정 당시 제롬 발케 국제축구연맹(피파) 사무총장 역시 “세띠아르마딜로가 취약한 종이라는 점에서 (월드컵 마스코트로) 매우 적합하다. 2014년 월드컵의 주요한 목적은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라며 열렬히 환영했다.
그러나 생물학자 로드리고 카스트로는 <에이피>(AP) 통신에 “브라질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세띠아르마딜로에 대해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세띠아르마딜로를 구하기 위한 자금 마련 등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미진한 정부 조처를 비판했다. 카스트로는 세띠아르마딜로의 주 서식지인 남동부 가팅가 지역에서 가팅가보호연맹을 운영하고 있는데, 2년 전 풀레코 선정 당시 “완벽한 월드컵 마스코트가 될 것”이라며 흥분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서식지 파괴와 사냥이 계속된다면, 향후 50년 이내에 세띠아르마딜로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 월드컵 개최국들은 자국의 특성을 반영한 동·식물 등을 마스코트로 자주 채택해왔다. 1982년 스페인과 1986년 멕시코는 각각 오렌지와 할라피뇨(고추)를 마스코트로 지정했다. 1994년 미국은 강아지를, 1998년 프랑스는 수탉을, 2006년 독일은 숫사자, 2010년 남아공은 표범을 각각 마스코트로 선택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 월드컵에서는 가상의 캐릭터인 2002 월드컵 마스코트는 최초로 단일 마스코트가 아닌 3가지 유형의 마스코트로 만들어졌다. 반투명체의 빛나는 ‘스페릭스’(The Spheriks) 3종인 아토(Ato)·니크(Nick)·케즈(Kaz)가 마스코트로 활약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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