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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한미술 세계에 알리는 게 나의 사명

등록 2014-02-24 18:48수정 2014-02-24 22:21

신동훈(66) 미국 조선미술협회 회장
신동훈(66) 미국 조선미술협회 회장
미국서 ‘북한 화가전’ 신동훈씨

무장강도 3번 당한 뒤 화랑 전업
북한 100여 차례 방문해 진품 수집
고 정창모 작품 등 200점 모아
“박물관이나 정부에 기부할 생각”
신동훈(66·사진) 미국 조선미술협회 회장이 북한 미술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경기도 일산 출신인 그는 1977년 미국에 이민을 온 뒤 간이식당을 하다가 무장강도를 세차례나 만났다. 그때 아내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죽으면 정말 허망하리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죽더라도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88년 화랑을 열게 됐다.

“미국인들이 전문 분야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차별성이 있어야 하니 한국화라고 했죠. 그러며 미술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때 북쪽이 보였습니다. 북쪽에 우리 그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사니 가능한 일이었죠.”

곧바로 북한 그림 수집에 나섰다. 베이징 등에서 괜찮다 싶은 그림이 싸게 나오면 사들였다. 주로 관심을 둔 그림은 고 정창모(1931~2010) 화백 등 북한 조선화 대가들의 작품이다. 조선화는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전통을 북한식으로 계승·발전시킨 장르를 말한다. 그런데 1년 넘게 그렇게 사모은 그림들이 나중에 보니 모두 가짜였다. 그는 “싸다고 사면 가짜일 가능성이 100%”라며 “나도 그렇게 해서 50만달러가량 허비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북한에 직접 들어가서 진품을 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러나 북쪽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89년부터 1년가량 온갖 인맥을 동원하고 사정을 해서 비자를 얻게 됐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작 정 화백을 만나게 해주질 않았다. 정 화백의 고향이 남쪽(전주)여서 그런 것으로 짐작했다. 또 다시 1년남짓 정성을 들여서야 만날 수 있었다. “만수대창작사에서 정 화백을 맨처음 만나서는 울었습니다. 너무나 힘들게 만났고 반가웠기 때문이죠. 그리고 큰절을 올렸죠.”

그렇게 길을 튼 신 회장은 지금까지 10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특히 정 화백과 김상직·리석호·선우영 등 ‘조선화 4대 거장’을 주로 만났다. 결국 그는 200점이 넘는 작품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분들한테 작품을 남쪽과 미국 등에도 알려야 한반도의 유산으로 보존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용기를 내서 도와줬습니다.” 그 이후 그는 미국은 물론 한국·중국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북한 미술 전시회를 열어왔다. 그는 분단시대 한반도의 미술사를 직접 목격하며 북한 화가들의 작품을 세상을 알리는 게 자신의 운명처럼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운명이려니 했는데, 이제 사명이 됐습니다. 이걸 후세에 잘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의 박물관이나 정부, 또는 개인에게 기부를 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15일부터 두달 동안 미국 뉴저지주 해켄섹의 리버사이드갤러리에서 ‘통일은 대박 - 한반도의 꿈’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정 화백이 말년에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그려낸 ‘고향집’(2007)을 비롯해 ‘묘향산 상원동의 아침’(2002), ‘부전호의 락조’(1995) 등 2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해켄섹(뉴저지주)/글·사진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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