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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막나가는 정보기관 때문에 미국도 ‘골치’

등록 2014-03-12 21:04수정 2014-03-12 22:16

CIA, 불법수색 통한 증거은폐 논란
‘테러 용의자 고문행위’ 조사해온
상원 정보위 조사관들 컴퓨터 뒤져

파인스타인 위원장 폭로·비판에
존 브레넌 CIA국장은 정면반박
두 거대 국가기관 충돌…파문 커질 듯
국가정보원의 간첩혐의 증거 조작 및 은폐 시도가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중앙정보국(CIA)이 9·11 이후 이 정보기관의 테러용의자 불법 감금·고문 행위를 조사해온 의회 조사관들의 컴퓨터를 불법으로 뒤졌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중앙정보국이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은폐하고자 의회의 조사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의회 조사보고서의 결론을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것이다.

상원 정보위원회와 중앙정보국은 정보위의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기밀문서 열람 범위와 조사 방해 행위 등을 놓고 다툼을 벌였으나, 사안의 성격상 갈등은 물밑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이 11일(현지시각) 상원 연설에서 이를 폭로하면서 공개적인 다툼으로 전환됐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중앙정보국의 수색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어겼을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정보국의 의회 조사관 컴퓨터 수색이 부당한 수색과 압수, 구금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4조와 중앙정보국의 국내 사찰을 금지하는 연방법 등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장은 이날 오후 미국외교협회(CFR) 강연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보다 더 진실과 동떨어진 것은 없다”며 “수많은 염탐과 감시·해킹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잘못임이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미국의 테러용의자 감금·고문 행위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두 거대 국가기관이 맞붙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이른바 ‘파네타 보고서’라고 불리는 중앙정보국의 내부보고서를 정보위 조사관들이 어떻게 입수했느냐에 있다. 중앙정보국은 2009년 정보위의 기밀문서 열람 요청을 거부하다 마지못해 일부 문서의 열람을 허용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조사관들은 중앙정보국 본부 인근 비밀 시설에서 본부 정보망과 분리된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이 허용됐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분류가 전혀 돼 있지 않은 600만건 이상의 문서 더미가 저장돼 있었다.

그런데 당시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장은 제공된 문서가 어떤 것들인지 파악하라고 지시해 그 요약본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파네타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중앙정보국의 공식 입장과 다르게 테러용의자 감금·고문 행위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상원 정보위 조사보고서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알려져 있다. 급기야 중앙정보국 쪽은 올해 1월 조사관들이 이 보고서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파악하고자 비밀 시설 내 조사관 전용 컴퓨터의 로그 기록을 수색하기에 이르렀다.

중앙정보국 쪽은 이 보고서가 조사관들에게 제공된 문서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서 조사관들이 중앙정보국 컴퓨터망을 해킹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 보고서는 중앙정보국이 제공한 문서 더미 속에 포함돼 있었다”며 “이것이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아니면 내부고발자가 제공한 것인지는 모른다”고 반박했다.

조사관들이 문서 일부를 중앙정보국 비밀 시설에서 상원으로 이관한 점도 논란거리다. 중앙정보국 쪽은 기밀문서를 외부 반출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과거 중앙정보국의 증거자료 파기 사례를 거론하면서 증거 보전을 위한 정당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또 중앙정보국이 조사관들의 행위가 법률 위반이라며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는 조사관들을 위협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레넌 국장은 중앙정보국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판명날 경우 거취를 묻는 질문에 “내가 잘못을 했다면 대통령에게 갈 것이다. 대통령이 나의 유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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