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국제 금융안정보고서’ 펴내
주요국 빅3가 자산 40%이상 점유
하나만 파산해도 금융시스템 흔들
구체적 수치 들어 추가개혁 주문
주요국 빅3가 자산 40%이상 점유
하나만 파산해도 금융시스템 흔들
구체적 수치 들어 추가개혁 주문
전 세계 대형 은행들이 연간 최대 5900억달러(약 626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대마불사’ 혜택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은 31일 발표한 반기 ‘국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형 은행들이 받는 ‘대마불사’ 혜택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고는 있으나 경제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이 대마불사에 따른 혜택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주요국의 은행 개혁이 미진하다고 보고, 추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대마불사’는 은행 규모가 비대하고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커 파산 위기에 몰려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를 구제해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독특한 특성 덕분에 대형 은행들은 다른 중소 은행에 견줘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는 불공평을 낳는 것은 물론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노출시키게 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주요국들에서 상위 3개 은행이 해당국 은행 총자산의 40% 이상을 차지해 어느 은행 하나만 파산해도 전체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국제통화기금은 ‘대마불사’ 혜택을 차입금리, 신용부도스와프(CDS·부도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 보험료, 신용평가등급 등 세가지 기준으로 측정했다. 2013년 기준으로 이를 분석한 결과, 유럽 대형 은행들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됐다. 유로존 은행들은 측정 기준에 따라 900억~3000억달러의 암묵적인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영국 은행들이 받는 혜택 규모도 200억~11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일본 은행들은 250억~1100억달러, 미국 은행들은 150억~700억달러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럽이 미국 은행들보다 혜택 규모가 큰 것은 은행개혁이 상대적으로 미진하고 지난해까지 금융위기를 겪은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대형 은행들이 구제될 것이라는 기대는 모든 지역에서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은 경제위기 이후 주요국이 자본 확충과 감독 강화 등의 은행개혁을 단행했으나 ‘대마불사’ 현상을 없애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추가적인 개혁을 강화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면서 추가 자본 확충, 은행 채무 규모에 따른 금융안정기여금 부과, 국경을 초월해 영업하는 은행들에 대한 국제적인 감독 공조 등의 조처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은행을 분리하는 것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를 이끄는 마크 카니 뱅크오브잉글랜드(BOE) 총재는 31일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연말까지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카니 총재는 주요 20개국이 국제통화기금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전 세계 차원에서 금융안정을 공고하게 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의 내용을 정리해 오는 11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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