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미셸 오바마가 20일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려고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래 국익 걸렸다’ 인식 바탕
한·일·필리핀과 동맹 강화하고
환태평양경제협정 타결 목표
‘일 우경화’로 삼각안보협력 위기에
중국은 영유권 주장 등 완력 행사
대중관계 훼손없이 뜻 이룰지 의문
한·일·필리핀과 동맹 강화하고
환태평양경제협정 타결 목표
‘일 우경화’로 삼각안보협력 위기에
중국은 영유권 주장 등 완력 행사
대중관계 훼손없이 뜻 이룰지 의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부터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다시 시동을 건다. 그러나 한-일 갈등, 중국의 반발 등 심상치 않은 동북아 정세 탓에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하는 나라는 한국·일본·필리핀 등 동맹국 세 나라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인 말레이시아다. 지난해 10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로 취소한 일정을 다시 잡은 것으로, 아시아 중시 정책을 재확인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애초 예정에 없었던 한국이 포함된 것은 한-일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 존재할 것”이라며 아시아를 외교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2년 반이 지난 지금 이 정책에 대한 평가는 동맹국들은 물론 워싱턴 내에서도 싸늘하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아시아에 미국의 미래 국익이 걸려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으나, 직접적 계기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동·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에 부쩍 강화됐다는 점이다. 탄생 배경이 이래서인지 지금까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주로 군사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미 국방부는 오스트레일리아에 2500명의 해병대 진주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기계화 부대를 증강했다. 일본에는 탄도미사일 방어 기능을 갖춘 구축함 2척을, 싱가포르에는 4척의 연안전투함을 배치하기로 했다.
반면, 외교와 경제 부문에서는 지지부진하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17일 아시아 재균형 정책 평가 보고서에서 아시아가 전세계 경제의 31%를 차지하지만 국무부는 담당부서인 동아시아·태평양국에 예산의 8%만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동아태국 예산은 2011년보다 오히려 12%나 줄어들었다. 이 보고서는 “이 정책이 군사 전략으로 인식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중국 봉쇄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정책의 파트너로 삼은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와 군사력 증강에 나서면서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산 것도 미국 시각에서는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통적 동맹국인 한-일간 갈등으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약화될 처지에 빠진 반면에, 중국은 지난해 말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는 등 더욱 강하게 완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목표와 상반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아울러 미 연방정부의 예산 제약이라는 근본적 한계에다 이란 핵 협상과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중동과 유럽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생겨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 눈길을 돌릴 여력마저 잃은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한국·일본·필리핀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적 측면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진전시키려 하고 있다. 한-일간 갈등 봉합도 주요 목적 중 하나다. 필리핀에서는 1991년 군기지 반환 이후 처음으로 다시 군기지 사용 협정을 맺을 예정이다. 티피피 협상 당사국 중 한곳인 말레이시아에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이번 순방의 관전 포인트다. 미국은 한편으론 동맹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는 동맹 강화와 중국과의 협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나 둘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어디에 강조점을 둘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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