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로 ‘인종별 쿼터제’ 없앤
미시간주 헌법 ‘6대2’로 합헌 판결
“평등권 위반” 원심 판결 뒤집어
흑인·히스패닉 등 권리 후퇴 예고
미시간주 헌법 ‘6대2’로 합헌 판결
“평등권 위반” 원심 판결 뒤집어
흑인·히스패닉 등 권리 후퇴 예고
미국 연방대법원이 22일 미국 대학들의 소수계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을 주 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1960년대 초반 흑인 인권운동의 영향을 받아 인종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입학 사정 때 흑인·중남미계 학생들을 배려하는 소수계 우대 정책을 채택해왔는데 이번 판결로 이 정책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날 미시간주가 2006년 주민투표를 통해 공립대학들의 소수계 우대 정책을 금지하도록 주 헌법을 개정한 것에 대해 대법관 6 대 2의 결정으로 합헌 판결을 했다. 하급심인 제6연방순회항소법원이 2012년 미시간주의 헌법 개정에 대해 평등권 위반이자 차별이라고 밝힌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의견서에서 “이번 사건은 인종 우대에 관한 논쟁이 어떻게 해결돼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누가 그것을 결정하느냐에 관한 것이다”라며, 각 주가 유권자들의 투표를 통해 내린 결정을 사법부가 무효화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소수계 우대 정책 자체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판결은 현재 미시간주처럼 주민투표를 통해 이 정책을 금지한 캘리포니아·플로리다·워싱턴 등 다른 7개주에도 적용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규모가 큰 주들이 포함돼 있는데다, 아직 이 정책을 금지하지 않은 나머지 주들의 관련 법 제정을 자극할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플로리다·미시간주처럼 소수계 우대 정책을 금지한 주들에서는 주요 대학의 흑인·중남미계 학생 입학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998년 이 정책을 폐지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경우 중남미계 학생 입학률은 1990년 23%에서 2011년 11%로, 흑인은 같은 기간 8%에서 2%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을 반영했다기보다는 보수 5명 대 진보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보수적 성향 탓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올해 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의 소수계 우대 정책을 찬성하는 비율이 63%로 반대 3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개인의 정치 기부금 총액 제한 위헌 판결, 지난해 6월 소수인종의 참정권 보장 목적의 ‘투표권법’ 일부 위헌 판결 등 잇따라 보수 진영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선 보수 성향 대법관 5명이 모두 합헌 의견을 냈고, 진보 쪽에서는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이 ‘유권자들이 인종 우대 정책을 채택할 권리를 갖는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다수의견에 가담했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은 위헌 의견을 냈고,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될 때 오바마 행정부의 송무 담당 법무차관을 지내면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지지했던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스스로 기피 신청을 내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 대학들의 소수계 우대 정책은 1961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됐다. 보수 진영이 백인 역차별 논란을 제기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일부 주가 이를 금지했으나, 동부 명문대(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은 이를 계속 채택해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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