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아 소토마요르(60) 미국 대법관.
첫 히스패닉 대법관 반대의견
소수인종 우대정책 혜택봤던
소토마요르, 다수의견에 일갈
소수인종 우대정책 혜택봤던
소토마요르, 다수의견에 일갈
“법관은 미국 사회에 엄존하는 인종적 불평등에 대해 뒷짐 지고 앉아서 없어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맞서 싸워야 한다.”
소니아 소토마요르(60·사진) 미국 대법관은 22일 58쪽에 이르는 소수의견을 내, 연방대법원이 소수계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를 사실상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데 강력하게 반대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대법관 재임 동안 낸 가장 길고 가장 중요한 반대의견”이라고 평했다.
미 대법원은 이날 미시간주가 2006년 주민투표를 통해 공립대학이 소수계 우대 정책을 채택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는데, 다수의견은 그 근거로 대법원이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주의 입법을 뒤집을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계 우대 정책 자체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비켜간 다수의견이 옳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는 미국 인종차별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는 많은 시민들이 의미있고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권리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적 불평등은 적극적인 차별이 없는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종에 근거한 차별을 없애는 방법은 불행하게도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인종차별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면서 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소수계 우대 정책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그의 인생 역정과도 관계가 깊다.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첫 히스패닉계 대법관이다. 여성으로는 세번째다. 그는 뉴욕 브롱크스의 푸에트리코 출신 가정에서 태어났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소토마요르가 9살 때 숨졌다. 부모 모두 스페인어를 썼고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소토마요르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수계 우대 정책을 통해 아이비리그 대학인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프린스턴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예일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그는 지난해 “소수계 우대 정책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수의견의 편에 선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과 대비됐다. 흑인인 토마스 대법관도 소수계 우대 정책에 힘입어 예일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하지만 토마스 대법관은 소수계 우대 정책이 자신의 예일대 학위의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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