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사진 월트디즈니코리아
도청·드론 등 어두운 정책들
미 문화장르 작품소재로 등장
미 문화장르 작품소재로 등장
최근 개봉한 미국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사진)에서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행정부에 침입하는 악한 조직 히드라와 맞서 싸운다. 여기엔 미사일 공격과 거대한 폭발, 암살, 데이터 마이닝 슈퍼컴퓨터, 그리고 거대한 드론(무인기)이 등장한다. 조 루소 감독은 이 영화의 영감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한테서 받았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30일 소개했다. 예술가들이 5년 전 희망과 변화를 약속하면서 등장한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오바마의 이미지보다는 그의 어두운 정책들에서 더 영감을 받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런 영향은 영화뿐만 아니라 책, 연극, 만화, 텔레비전 쇼, 그림 등 다양한 문화 장르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세계 도청 행위와 명단에 오른 테러리스트들을 드론으로 사살하는 행위다.
<시비에스>(CBS) 방송의 인기 드라마인 <굿 와이프>에는 국가안보국의 의심스러운 도청 행위가 등장한다. 또 캘리포니아 옥시덴털칼리지에서는 예술가들이 진흙으로 16m짜리 거대한 드론을 조각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고질라 만화책들에 나오는 ‘프레지던트 오그던’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라고 명령한 특수부대 공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뉴욕에 있는 공공예술 조직인 크리에이티브 타임의 수석 큐레이터 네이토 톰슨은 “많은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열광했으나 지금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것이 예술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점점 냉소적이고 절망적인 상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역대 대통령의 특정 정책이나 사건이 대중문화에 반영된 경우가 있었다. 1980년대 중미에서 공산주의 세력을 몰아내려 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캠페인은 영화 <붉은 새벽>(레드 던)의 소재가 됐다. 또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은 만화부터 소설까지 많은 장르의 소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반영된 예술의 특징은 지지자들이 초기에 오바마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현실 간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 공보팀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미지를 열심히 관리하려 하고 있으나 그의 정책들에 대한 이런 예술적 해석을 중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썼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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